여성.가정

들꽃여행 분류

노린재나무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123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일품
천을 물들이는 매염제로 사용


5월 말에서 6월 초 쯤에 산행을 하다보면 꽃이 피는 나무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진달래, 산벚꽃도 다 져버린 때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반겨주는 꽃나무들이다. 키가 큰 나무들로는 팥배나무, 윤노리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야광나무, 함박꽃나무 등이 있고 키가 그리 크지 않은 나무들로는 덜꿩나무, 이와 잎과 꽃이 거의 닮아 구분이 쉽지 않은 가막살나무, 그리고 백당나무, 고광나무, 노린재나무 등이 있다.
이들 나무들의 공통점은 꽃의 색이 희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나무들이 어느 산에나 똑같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강화마니산의 정수사가 자리한 골짜기엔 때죽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피고 있고, 필자의 집 옆 낮은 산자락엔 덜꿩나무와 노린재나무가 쉽게 눈에 띈다. 오늘은 노린재나무를 만나보자.
선입견이란 무섭다. 곤충 가운데 식물의 진을 빨아먹어 해를 주고 고약한 냄새를 풍겨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노린재가 있다. 필자는 처음에 노린재나무라 하여 곤충의 노린재를 생각하며 순백의 꽃은 매력이지만 좋지 않은 냄새가 나지나 않을까 꺼려하여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노린재나무 근처를 가면 달콤하고 은은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주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향이 날만한 다른 꽃은 없는데 말이다. 그래 용기를 내어 노린재나무 꽃 가까이 가니 거기서 풍겨 나오는 향이었다. 고약한 냄새가 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나의 생각은 완전 잘못이었다. 이렇게 향이 좋은데 왜 노린재나무일까?
노린재나무의 줄기나 단풍든 잎을 태우면 노란 재가 남는다고 한다. 이 재를 물에 우려낸 잿물을 황회라 하는데 천연염료로 천을 물들일 때 매염제로 사용했기 때문에 노란+재+나무에서 노린재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노린재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고 있는데 가을에 익는 열매의 색이 남색이다. 드물게 흰색으로 익는 흰노린재나무는 강원도의 일부 지역에서, 검은 색으로 익는 검노린재나무는 남부지방에서 자란다고 한다. 특히 제주의 한라산에서만 자라는 섬노린재나무는 일본인들이 탐내는 매염제였다고 하니 보물나무가 아닐까? 노린재나무로 만든 잿물이 매염제로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비누를 만들 때 들어가는 필수 원료인 수산화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어 매염제로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라 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들을 자연에서 찾아내어 이용해온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다.
노린재나무는 키가 크지 않고 순백의 예쁜 꽃과 달콤한 향기가 있어 좁은 정원에서도 가꾸어볼만한 나무다. 환경부에서 해외반출승인대상식물에 노린재나무를 포함시킨 만큼 귀중한 우리의 식물자원이다. 자연 안에 하나님께서 숨겨두신 보물들에 관심을 갖고 잘 가꾸어나가는 것은 지연의 청지기인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마땅한 일이 아닐까?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