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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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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전체가 유용
꽃향기 또한 일품


아마도 칡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마가 끝날 무렵 산기슭에 나무들을 덮어가며 지천으로 자라는 덩굴나무가 칡이다. 칡차, 칡즙, 칡 국수 등 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것들이 칡을 재료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봄이 오기를 기다려 뒷산에 올라 칡뿌리를 캐어 씹어 즙을 빨아 먹으며 간식으로 삼았던 일이 기억난다.
칡은 산기슭 양지에 나는 낙엽 덩굴나무로 어느 부분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유용한 식물이다. 뿌리에서는 즙을 짜거나 녹말을 뽑아 칡 국수의 재료로, 뿌리를 잘게 썰어 말린 것을 갈근이라 하는데 차와 한방의 약재로, 어린순은 나물이나 장아찌 등의 식용으로, 한창 우거진 때의 잎은 가축의 사료용으로, 꽃은 효소나 차의 재료로, 줄기의 섬유는 밧줄이나 갈포지 제조의 원료로 쓰인다.
이처럼 식물 전체가 유용함에도 요즘 산행을 하면서 보면 왕성한 번식으로 칡덩굴이 나무들을 덮어버려 다른 나무들의 성장에 피해를 주기도 하는데 옛날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축산 농가가 많음에도 힘들여 칡덩굴을 거두어다 사료로 사용하지 않고 편하게 사료공장에서 비싼 수입 원료로 만든 사료를 사다 먹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육비는 올라가고 이윤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나님께서 우리 땅에 사료로 이용하도록 지천으로 주신 식물들을 소들에게 먹인다면 이것들이야말로 진짜 한우가 아닐까?
일본의 한 회사는 미국에 칡 농장을 짓고 칡 추출물을 생산하여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 땅에 지천인 칡을 외면하고 나무를 뒤덮어 죽이기까지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자원의 낭비가 아닐까? 칡뿌리는 예전에 흉년을 넘기는 구황식물이기도 했지만 약성도 뛰어나 그 때의 구황식물들이 실은 건강식품이었던 것이다.
장마 뒤에 산행을 하면서 지천인 칡덩굴에 붉은 빛이 도는 보라색의 예쁜 꽃이 핀 것을 만날 수 있다. 산행의 바쁜 걸음을 멈추고 칡꽃에 한 번 가까이 가서 꽃향기를 맡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5월엔 아카시아 꽃향기가 있다면 8월엔 칡꽃 향기가 있다. 금방이라도 꿀이 똑똑 떨어질 듯싶은 달콤한 향기에 취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옆에 칡꽃 하나를 잘라다 놓았더니 온 방안에 달콤한 향기가 그윽하다. 10~15cm 길이의 화축에 꽃자루의 길이가 같은 꽃들이 붙고 밑에서부터 피어 올라가기 때문에(이런 순서로 꽃이 피는 것을 총상화서(總狀花序)라고 한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길어 여러 날을 두고 감상할 수 있다.
이제 꽃을 감상하고 향기를 맡았으면 칡꽃차(葛花茶)를 마셔보자. 칡꽃은 아침보다는 햇볕이 좋을수록 향이 짙게 난다. 꽃가지를 꺾지 말고 한창 싱싱하게 피어 있는 꽃만 따서 집에 가져와 거의 모든 꽃차를 만들 때처럼 연한 소금물로 헹구어 물기를 제거한 후 뜨거운 김에 살짝 쏘이듯 쪄내어 그늘에서 말린다. 말린 꽃잎 몇 잎을 찻잔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서 마신다. 이것이 신선의 차가 아닐까싶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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