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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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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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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136



열매를 한국의 바나나라 불리는 덩굴나무가 있다. 가을에 열매가 익으면 껍질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그 안에 하얀 속살을 들어내는데 그 모양이 바나나를 닮기도 하였거니와 먹어보면 달콤한 맛이 있어 옛날 바나나가 귀하던 시절에 바나나를 대신하여 그렇게 불렀던 것이리라. 황해도 이남의 전국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산을 오르다보면 등나무처럼 다른 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자라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덩굴나무다. 그런데도 필자의 어린 시절엔 보지 못하다가 6.25전란 중 1.4후퇴 때 충청북도 황간이란 곳으로 피난을 하면서 봄에 동네 아낙네들을 따라 산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름이 어름덩굴이고 열매를 먹으면 달콤한 맛이 일품이란 말만 들었지 실제로 열매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목회할 때 권사님 한 분이 종로 거리에서 파는 것을 사 왔다며 으름 열매를 가져왔다. 한국의 바나나니까 맛을 보란다. 처음 보는 신기한 열매를 껍질을 벌려 속살을 한 입에 넣고 씹었다. 처음엔 단 맛이 도는 것 같더니 금방 입안이 떫은맛으로 가득한 것이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얼른 밖으로 나가 교회 옆 화단에 뱉아 버렸다. 먹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하얀 속살에 까만 씨가 가득 박혀 있는데 입 안에서 우물우물 하여 그 씨는 씹지 않고 삼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 이듬해에 씨를 뱉은 자리에서 으름덩굴이 싹이 나고 자라더니 몇 년 후에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하였다. 으름덩굴 꽃이 피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냄새로 먼저 알게 된다. 꽃에서 풍기는 향이 너무 진하지도 독하지도 않은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절로 코를 벌름거리게 한다. 이 향기를 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이 향기 때문에 으름덩굴을 특별히 사랑한다.

으름덩굴은 줄기가 뻗어가다가 땅에 닿는 부위에서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번식이 잘된다. 뿌리 내린 그 부분을 잘라다가 심으면 새 나무를 얻을 수 있다. 봄에 꽃이 필 때면 덩굴 전체가 꽃 덩이로 보일만큼 꽃이 많이 피지만 꽃만큼 열매가 풍성하지는 않다.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는데, 수꽃이 많이 달리고 암꽃은 적게 달린다. 열매가 적은 것은 암꽃 수가 적어서가 아니라 서로 수분의 적기가 맞지 않기 때문이란다. 궁합이 맞아 어렵사리 수분이 되면 열매를 맺어 가을이 되어 충분히 성숙하면 배가 갈라지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데 요즘은 과육이 드러나기 전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항암, 강심, 혈압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효소를 담그려는 극성스런 사람들 때문에 열매를 미리 다 따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으름덩굴의 줄기, 뿌리, 열매가 다 약재로 쓰이는 유용한 나무다. 제주에는 이와 사촌간인 멀꿀이 자라고 있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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