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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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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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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141



성경을 보면 아담과 하와 부부가 하나님께서 그 열매를 먹으면 죽게 될 것이니 따 먹지 말라 말씀하셨음에도 따 먹음으로 불순종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사탄의 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열매를 보면 볼수록 ‘먹음직해’ 보여 마음이 끌려 먹고 말았던 것이다. 산과 들에 나는 들풀 중에도 ‘먹음직해’ 보여 나물로 먹었다가 몸에 해를 입는 독초들이 있다. 오늘 만나는 미치광이풀도 그런 독초들 중 하나다.

미치광이풀은 3월 말에서 04월 초순 쯤 그늘진 산자락엔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 있는 때에 산을 오르다보면 눈 속에서 벌써부터 꽃을 달고 연한 순을 내미는 이른 봄의 들꽃이다. 이 때쯤이면 주변에 얼레지와 현호색들도 얼굴을 내민다. 숲의 큰 나무들엔 아직 잎도 나지 않고 나무 아래는 지난 가을에 떨어진 낙엽만 가득하여 푸름을 찾아보기 어려운 때에 녹색의 잎은 보암직하기도 하고 먹음직해 보이기도 한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나가면서 퍼지기 때문에 한 포기씩 독립으로 나는 경우는 드물고 거의 무리지어 퍼지기 때문에 소담하기도 하여 나물로 뜯어 먹고 싶어지는 들꽃이다. 그러나 이름에서 풍기듯 이 풀을 먹으면 인사불성이 되어 오줌을 질질 싸기도 하며 미친 사람처럼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하니 그 독성이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보암직하기도 하고 먹음직하게 생겼지만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독초다. 만약 잘 못 먹게 되면 2~4시간 만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얼굴빛이 붉어지고 울고 웃기를 그치지 않는 모습이 미친 사람의 짓과 같다고 한다. 더 심하면 환각, 혼수, 사지 경련 등을 일으키다가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이른 봄에 종 모양으로 달린 검은 자주색의 꽃은 다른 들꽃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이지만 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미치광이풀이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뿌리줄기에 아트로핀(atropine)과 스토플라민(scoplamin) 등의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 하는데 아트로핀은 부교감신경의 말초신경, 스토플라민은 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고 한다. 이런 독성 때문에 독뿌리풀, 미친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독은 잘 이용하면 약이 되는 법.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성질을 이용하여 진통과 진정제로 이용되기도 하였다는데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야 함은 물론 법제를 거친 아주 적은 양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필자는 검은 자주색의 꽃이 피는 미치광이풀은 서울 인근의 화야산, 유명산, 축령산 등 여러 산에서 쉽게 만나보았으나 노란색의 꽃이 피는 노랑미치광이풀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노랑미치광이풀은 1993년에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기록되었으며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은 들꽃이지만, 경기 천마산에 자생한다고 하니 올 봄엔 날을 잡아 만나러 가보리라.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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