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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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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와 함께 하는 들꽃 여행. 149

4월 말에서 5월에 산을 오르면서 숲 가장자리에서 우리 허리쯤 되는 키에 연분홍색의 꽃을 달고 반겨주는 떨기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이스라지나무라고 하는 들꽃이다. 우리나라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들꽃이지만 요즘 들꽃 애호가들에게 분재용으로 인기가 높다. 종로 5가의 들꽃 노점상에 들르면 여러 곳에서 분에 심겨진 이스라지나무를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들꽃 노점삼인들에게는 이스라지나무 보다는 산앵두나무로 더 잘 통한다. 꽃과 열매가 앵두나무와 거의 닮았으면서 산에서 자라기 때문에 산앵두나무라고 부른다.

필자와 이스라지나무와의 만남은 50여 년 전이다. 당시 필자가 살던 수색이란 동네는 동서로 길게 능선을 이루는 산자락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마을들이 이루어져 있었다. 젊은 때 부지런한 걸음으로 집에서 이십여 분이면 산에 오를 수 있어 자주 산을 올랐다. 봄철에 산을 오르다보면 쉽게 만나는 들꽃 중 하나가 이스라지나무였다. 색이 진하지도 않고 작은 꽃임에도 연분홍색의 꽃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데려가 주세요!’ 하고 말하는 듯싶었다. 어렸을 적부터 꽃을 좋아했던 터라 떨기나무에서 한 줄기 떼어다가 뒤뜰에 심었다. 봄이면 벚꽃처럼 흐드러지게 피지도 않으면서 작은 키와 가느다란 가지에 꽃을 피우기에 더욱 정감이 갔다. 꽃이 지면 여름엔 앵두를 닮은 열매를 다는데, 이 또한 봄의 꽃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어쩌다 열매를 따 맛을 보면 떨떠름한 것이 그리 맛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먹을 것이 풍부하지도 않았던 시절에는 여름 산행에서 입안에 침이 돌게 하는 간식거리였었다.

50여 년 전의 추억에 이스라지꽃이 그리워 원예종묘상에서 포트 묘를 구입해 자연의 멋을 살려보려 필자의 뜰 축대 돌 틈에 심었다. 집 둘레의 산행을 하다보면 흔하게 만나지는 들꽃나무이지만 자연에 나는 것을 훼손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2년째 꽃을 피워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옛 애인을 만난 기분이다. 꽃이 지고 기다리노라면 또 열매로 나를 기쁘게 해주겠지. 이 꽃과 열매 때문에 요즘 들꽃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리라. 열매는 사람들이 따 먹기보다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 이스라지 열매를 먹은 새는 열매 속의 단단한 씨를 배설물로 거름을 더하여 다른 곳에 떨어뜨려 퍼뜨려주겠지. 공생하는 자연에서 우리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스라지를 흔히 산앵두라고 부르지만, 또 다른 산앵두나무(=물앵두나무)라 불리는 식물이 있다. 이 둘은 서로 족보가 다른 나무다. 이스라지나무는 장미과의 식물이고, 물앵두나무라고도 불리는 산앵두나무는 진달래과의 식물이다. 그 자라는 곳도 이스라지나무는 흔하게 주변의 산행에서 만날 수 있자만 물앵두나무는 신지의 높은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떨기나무로 필자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신종철 / 들꽃사진작가, 감리교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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