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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그리고 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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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인(인천YWCA 사무총장)

여름! 더위가 한창이다. 온몸이 무기력해지고 땀이 흐르고 실내에서는 좀 나은데 외출하여 땡볕에 나가 있으면 그야말로 열대를 방불케 하는 날씨!
여름은 젊은이 계절이다. 이렇게 더운데도 아이들은 물놀이로 신나고 젊은이들은 여름을 기다리고 즐긴다. 여름휴가를 가서 일광욕을 하는 젊은이들 속에 있다보면 그야말로 그들이 가진 활기와 태양열이 조화가 눈부시다. 강렬함과 활기, 에너지가 작렬하는 것 같아 새삼 부러움을 사고 힘을 얻기도 한다. 해변에서는 그 화려하고 노출이 심한 비치옷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일상으로 돌아와 보여지는 노출과대 모습들은 자주 불편함과 불안함을 준다. 전철안에서 맞은편에 앉은 젊은여성(학생)의 무방비한 모습으로 자는 모습을 보며 다가가 깨우고 싶은 맘이 간절해진다. 흐트러진 자세와 지나친 노출로 눈을 어디다 두어야 좋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작 본인은 편안해 보인다.
여성의 노출은 그 역사가 깊다. 태초에는 뭔가를 입지 않고 살았으니... 그러나 그때 이후부터 인간이 차려입기 시작하면서 의복은 외부로부터의 보호와 격식, 예의,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산업시대와 현대에 이르러서 의복은 의복이상의 자기표현의 방법으로 디자인이 더욱 다양해지며 변화가 커졌다. 남성에게도 의복과 외형에 상당한 변화가 있으나 여성에게 있어 의복과 외형은 자아 정체성과 캐릭터, 기분, 의도 등을 표현하고 홍보하며 의복이상의 시너지를 기대하게 되었다.
여성의 노출이 성범죄를 낳는가에 대한 논란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오랜 이슈이다. 브라질에서 여성의 노출과 성범죄의 결과가 관련이 깊다는 연구결과 발표가 나오자 이에 대해 항의 토플리스(상반신 탈의) 캠페인이 진행되며 여성들의 반발은 거세다. 벗을 권리가 있는 여성, 노출에 대한 자기권리와 자유, 그리고 그것과 성범죄의의 연관은 지나친 비약이며 잘못된 이유라며 분노하며 반발시위하는 것을 보며 견해차이가 상당한 것을 본다.
한국에서도 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경찰관들의 의식조사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경찰관 중 53.8%가 ‘성폭력은 여성의 심한 노출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 여성정책연구원보고서) 이에 대한 비판으로 경찰관들의 이 같은 심리가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반격 역시 또 하나의 입장이다.
여성인 나 역시 누군가 나의 복장과 외형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한다면 민감한 반응과 반발은 당연할 것이다. 그렇긴하나 여름의 대형행사장이나 다수가 밀집한 장소에서 여성의 심한 노출은 치한들의 한탕심리를 부추기니 위험성이 커 염려가 증폭된다. 굳이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남성의 입장에서 접촉이 불가피한 상황을 피해야하고 밀집된 환경에서 벗어나긴 어렵고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많다.
아름다움이 여성의 상징이며 이를 표현하는 여성의 노출과 표현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도에 지나치거나 공공장소에서의 지나친 노출은 막아야 하는걸까? 즐겨야 하는걸까? 여성인 나 역시도 어느새 벗다시피한 여성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면 인간에게는 보편적 관음증이 있는게 아닐까? 비정상적이며 질환적 관음증이 아니더라도 벗은 여성의 몸, 노출이 심한 상대에 대한 눈길이야말로 천부적 관음증이라고 여겨진다.
그 눈길을 의식하는 과대 노출의 여성들, 자신에게 꽂혀있는 상대의 눈길을 즐기거나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관음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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