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30.>

鷄頭

이종전 교수

‘닭대가리’라고 하는 속어가 있다. 그럼 정말 닭은 ‘대가리’라고 표현할 만큼 미련하고 생각이 없는 동물일까? 지난 한 주간 내내 청계(오골계) 어미 두 마리와 병아리 세 마리가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서 앞으로 ‘닭대가리’라고 하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사용할 수 없는 말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닭대가리’라고 하는 표현은 녀석들의 야맹증에 가까운 습성 때문에 붙여진 말이 아닐지 모르겠다. 녀석들의 야맹증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닭대가리’라고 한다면 인간은 닭이 갖고 있는 약점을 지나치게 인간중심으로 해석한 결과인 셈이다.

병아리가 부화된 다음 녀석들이 어미의 품에서 자랄 수 있도록 살펴주는 것 외에 인간의 역할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것을 매일 새롭게 깨닫고 있다. 처음에는 병아리를 어미와 분리시켜서 인공적으로 기를까도 생각했었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미물의 짐승일지라도 어미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병아리나 어미, 모두를 위해서 좋겠다는 생각에 인공사육은 포기했다. 그러한 생각을 했던 것은 날씨도 춥고, 병아리들이 따로 있을 수 있는 독립공간이 없기에 이런저런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일 동안 먹는 것을 멈춘 채 오직 체온 하나로 포란을 했고, 병아리를 부화시킨 어미를 생각해서도 병아리는 어미로부터 떼어놓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단지 생산성만 생각한다면 분리시키면 어미는 빨리 회복해서 알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지나치게 자기의 유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포기했다. 만에 하나 실패를 하더라도 그 순간까지 어미와 함께 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소(離巢)한 다음날 걱정이 컸다. 병아리들이 먹이를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녀석들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 확보가 가능할까? 수컷이나 옆에 있는 다른 성계(成鷄)가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체온은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중에도 먹이를 먹는 것과 체온유지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걱정을 했다. 하지만 다음날 계사(鷄舍)를 찾았을 때 생각한답시고 걱정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또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아리는 이소와 함께 어미를 충분히 따라다닐 수 있고, 어미의 말에 맹종하다시피 철저하게 따르는 것을 보면서 내 생각이 얼마나 모자란 것인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들은 결코 인간의 걱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오히려 인간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녀석들을 가둬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뿐이다. 녀석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인간이 제한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본분을 다하면서 자랄 것이고, 어미들은 당당하게 병아리들을 성계로 키워낼 것이다. 녀석들은 인간의 배려조차 필요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인간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녀석들을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자신을 위한 푸념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녀석들을 지켜보노라면 신비할 뿐 아니라 놀랍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어미는 새끼들에게 분명하게 그들만의 소리로 의사를 전달했고, 병아리들은 어미의 소리를 분명하게 알아듣고 행동했다. 이소하는 순간부터 스스로 어미를 따랐고, 어미가 요구하는 대로 움직였다. 계사에 턱이 있어서 걱정했지만 그 정도의 장애물은 병아리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앙증맞은 날갯짓을 하면서 훌쩍 뛰어넘었다. 어미의 다급한 소리에는 민첩하게 행동했다. 어미가 전하는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 병아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가는 것을 잊게 된다.

어미가 부리로 지적하는 것을 먹고 있는 병아리, 먹을 것을 찾아서 부리로 알려주는 어미, 채소 잎을 주면 어미가 부리로 적당한 크기로 쪼아서 잘라놓으면 순간 병아리는 낚아채듯 먹어치운다. 그때 마다 어미는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낸다. 병아리도 그 소리를 분명히 알아듣고 행동한다. 하니, ‘닭대가리’는 틀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