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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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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의 성경 속 세상>

物神

 

현대를 물신이 지배하는 시대라고 한다. 이러한 표현은 특별히 종교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하는 말이기도 하다. 물신(fetishism)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지만 신적 능력을 갖고 있는 물질을 통칭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흔히 하는 말로 돈이면 다 된다는 가치관은 자신도 모르게 물신숭배자가 된 것을 자증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한 가치관은 인간관계나 사회적 공의와 같은 가치는 이미 안중에 없는 것이고, 물질 자체가 최종적인 가치며, 권위고, 목적이 되는 것이기에 인간의 질서나 존엄은 부정되고 만다.

하여, 적어도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형성을 걱정하게 된다. 더욱이 절대적 가치를 갖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물신의 지배로부터 자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매일 뉴스로 전해지는 소식을 접할 때 하루도 돈과 연관된 범죄가 전해지지 않는 날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물신의 지배하에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권력을 남용하고, 사기를 치고, 때로는 높은 자리에 있던 지도자들도 몰락하는 것을 본다. 스스로 자신은 물신의 능력에 지배를 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행한 것이지만 결국 물신에게 당한 것이다.

돈은 인간이 만든 것으로 분명히 생활을 위해 필요하고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가치나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되거나 인간의 능력과 권위를 증명하는 것이 될 때 돈은 그냥 돈이 아니다. 그때부터 돈은 인간보다 높은 위치에 있게 된다. 인간은 돈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나아가 인간은 그 돈에 지배를 받게 되고, 돈이 지배하는 관계와 사회가 만들어진다. 인간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었지만 자신이 만든 돈에 의해서 지배를 받게 되는 어이가 없는 일이 현실이 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돈은 절대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또한 인간은 스스로 돈에 노예가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스스로 돈의 숭배자가 된다. 돈을 목적으로 무엇이든지 하게 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들도 선택하는 것이 인간이다. 분명히 생명은 하나임에도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일을 자원한다. 그런가 하면 돈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거나 그런 일을 시키는 것도 인간이다. 결국 자신의 도구로 돈을 만들었지만 자신이 만든 돈을 숭배하는 자가 된 것이다. 결코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결과는 그렇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절대자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조차도 돈을 목적으로 삼고, 돈을 절대가치, 힘과 능력으로 생각한다면 신앙이 추구해야 하는 이상과 공의, 그리고 하나님이 섭리하시는 나라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평소에 쉽게 하는 말 “돈이면 다 돼!” “돈이 없으면 안 돼!” 이런 말은 지나치는 말로 하게 되지만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상하게 듣는 사람이 없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 더욱이 그리스도인은 절대가치를 하나님께 두고, 그분의 뜻하심을 공적인 가치와 이상이라고 고백하는 신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돈이 신(神)이 된다면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믿는 것인가?

돈은 도구 이상의 의미나 목적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현실적이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의 행동을 동반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만든 도구라는 사실을 잊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물질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하나님이 은혜를 거부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에 매이거나 맹목적으로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물질의 지배를 받게 되고 만다. 또한 물질을 부정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에 담긴 뜻을 저버리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즉 하나님의 창조가 잘 못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영지주의자들과 같은 모순에 빠진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긍지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확인하는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자존감을 물신에 맡기는 것은 스스로 돈의 신자가 되기를 자원하는 것이리라.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저버리는 것과 같다.

더 나아가 인간이 돈의 가치를 절대적인 것으로 확인한다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인간 자신이고,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영원한 뜻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것을 잊는다면 인간은 물신을 숭배하는 자로서 충실한 신자가 될 것이다. 또한 하나님조차도 돈을 소유하기 위해서 필요한 신적 존재일 뿐이다.

한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들려오는 소리가 “돈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니 하나님은 어디에 계셔야 하는지 몸 둘 바를 몰라 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이제는 하나님의 일을 빙자해서 돈을 섬기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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