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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노년의 부부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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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한 노년의 부부싸움

 

장자옥 목사

 

톨스토이는 그렇게 고상한 인격자였지만 부인의 끝없는 투정과 짜증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가 시골 역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아내를 곁에 오지 못하게 해 달라 였다’고 한다.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는 부부싸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어서는 모르겠으나 60이 넘어서는 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비결은 간단했다. 그 교회 장로의 얘기다. 한 목사님은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서면 항상 사모님의 눈치와 안색을 먼저 살펴본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그저 내래 잘못했지요...”라면서 인사를 대신한다. 사모님이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하면 “그러니깐 내래 잘못 했다는 거지요...”라면서 또 사과한다. 그러면 사모님은 말없이 지나간다는 얘기였다. 부부싸움의 양상도 다양하다. 곽선희 목사가 들려준 한 대단한 가정의 초로부부의 경우이다. 부부가 같이 박사다. 남편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고 부인은 대학교수이다. 이 분들은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우선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무조건 대화를 중단한다.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필요한 사람이 거실 꽃병 밑에 쪽지를 놓고 나간다. 그것을 본 남편이나 아내는 답을 써서 그 자리에 놓아둔다. 어떤 때는 일주일이 넘도록 말을 걸지 않고 지내기도 한다. 언성을 전혀 내지 않고, 다투지도 않으니까 남들이 보기에는 별일 없이 조용하고 다정한 부부로 착각하고 부러워한다. 그러다가 어떤 가정의 초대를 받으면 같은 차를 타고 말없이 초대한 가정 문 앞에까지 간다. 그러나 차에서 내리면서부터는 팔짱을 끼고, 미소를 띠우면서 집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대접에 응한다.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데서는 그렇게 다정한 부부일 수가 없다. 그러다가 파티가 끝나고 차안에 들어앉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 표정이 굳어져 말이 없다.

흔히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부부싸움을 많이 한다고 한다. 어떤 부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싸우는 것이 일과가 된다. 그런 경우는 보통 정신적인 면에서 부부 중 한 사람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소크라테스 부인 크산티페의 경우는 소크라테스가 너무 가난하다보니 핀잔을 주고 투정을 부렸을 법 하지만, 톨스토이 부인의 경우는 돈도 명예도 그만하면 충분했는데 계속 싸우자고 덤벼들었다.

그렇다고 톨스토이가 바람을 피울 정도로 미남인 것도 아니었다. 사실 톨스토이는 귀족 출신이었지만 얼굴은 못생겼던 사내였다.

소크라테스 제자가 한번은 “선생님 사모님의 그 큰소리나 짜증을 어떻게 날마다 견딥니까?” 물었더니 “이 사람아 거위의 울음소리도 계속 듣다보면 괜찮아지는 것이라네” 대답했다. 그러자 제자가 “그래도 거위는 알을 낳아 주잖습니까?” 할 때 소크라테스는 지긋이 웃으면서 “이 사람아 크산티페도 자식을 낳아 주었다네”라고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성경에도 ‘다투고 투정하는 여인은 장마 때 방 천장에서 계속 떨어지는 물방울 같다. 다투는 여인과 함께 큰 집에서 사느니 움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나으니라’했다. 그런데도 소크라테스는 다투기를 스포츠 하듯 덤벼드는 아내 때문에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던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 가정도 부부 단둘이 살고 있지만 때로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금세 주님 앞에 회개하고 이어 아내에게도 사과한다. “내가 잘못 생각했네. 미안하오. 용서해주소” 한다. 잘잘못을 떠나 우리 집에서는 내편에서 먼저 입을 열고 화해를 요청한다. 그런데 어떤 때 내가 놀라고 고마운 것은 아내가 “여보, 내가 미안해요”라고 다소곳이 사과할 때이다. 누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미안하다고 사과할 필요가 없다’ 했는데 그래도 생각해보면 ‘미안해요.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혼의 세레나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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