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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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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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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 (신기중앙침례교회)

이희우 목사와 떠나는 성경여행 – 요한복음 48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

요13:21-30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One of you is going to betray me), 최후의 만찬에 함께 동참하고도 이미 작정한 배반(背反)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룟 유다로 인한 괴로움이 더해지신 걸까? 세족식 중 “이미 목욕한 사람은 온 몸이 깨끗하니 발밖에는 더 씻을 필요가 없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10절, 새번역) 하시고, 세족식 후에도 “… ‘내 빵을 먹는 자가 나를 배반하였다’ 한 성경 말씀이 이루어질 것이다.”(18절)라고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을 두 번이나 암시(暗示)하신 예수님은 이제 유다가 자신을 팔 것을 예언하신다. 유다를 향한 경고이자 그에게 주신 회개의 기회였다.

 

사단의 마음을 품고도 제자로서의 행동이 가능할 것으로 알았을까? 제자들 속에 숨어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는 유다를 보며 예수님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괴로우셨다(21절). 이는 인간적 동요(動搖)로 인한 괴로움이라기보다는 11:33과 12:27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마음의 비통함’이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대와는 사뭇 다른 매우 단호한 경고였다.

 

제자들에게는 충격이었다(22절). 천연덕스러운 유다로 인해 서로 누구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아직 분위기 파악이 덜 되었던지 어리광스럽게 예수님 품에 기대어 반쯤 누워있던 막내 요한으로 추정되는 제자가 베드로의 고갯짓에 따라 속삭이듯 “그가 누구입니까?”(who is it?) 하고 물었다. 예수님은 “내가 이 빵조각을 적셔서 주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말씀 하시고 빵조각을 적셔서 가룟 유다에게 건네주셨다. 직접 유다라고 말씀 하시지 않은 것은 또 다시 회개의 기회를 주신 특별한 호의(好意)였다. 영광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모습으로 배반자의 신분을 감추어 주신 셈이다. 그런데도 유다는 끝내 예수님께 무릎 꿇지 않는다.

 

모리스는 당시 식사 의자 배열은 한 의자에 3명 정도 앉는 긴 의자를 식탁을 중심으로 U자 형으로 정돈했다고 한다. 주인이나 귀빈은 양편 의자들이 연결되는 한복판에 앉았고, 그 다음 영광의 자리는 주인이나 귀빈의 좌, 우편이었는데 맏형인 베드로는 직접 질문을 하지 않고 요한과 고갯짓을 한 것으로 보아 다른 곳에 앉았던 것 같고, 예수님께 기댄 요한이 좌편, 유다가 영광의 자리인 우편에 앉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마태가 예수님과 유다 사이에 있었던 대화로 소개한 것(마26:25)을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하튼 주신 기회를 계속 거절하는 유다를 누구보다도 지근거리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요한은 그때 “사단이 그에게 들어갔다”(27절)고 표현했다. 끝내 기회를 거절한 마음이 마귀의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결국 유다는 원래 이름의 뜻인 ‘찬송’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드디어 예수님은 유다에게 “네가 할 일을 속히 하라”(What you are about to do, do quickly)고 하셨다. 유다를 보냄으로써 이제 십자가의 길을 당당히 걸으시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제자들은 여전히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바렛(Barrett)은 “요한도 몰랐다고 한다면 그를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 했지만 요한마저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제자들은 유다가 돈 궤를 맡았기 때문에 명절에 쓸 물건을 준비하라고 하신 것으로 이해하거나 가난한 자를 위한 물건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신 것으로 이해했을 뿐이다(29절).

 

유다는 빵조각을 받고 밖으로 나갔고, 종교지도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넘겨줄 음모를 꾸몄기에 요한은 ‘그때가 밤’(it was night)이었다고 기록했다. 시간적으로 밤이었지만 빛을 버리고 어둠의 길을 가서 캄캄한 흑암에 갇히고, 사탄의 종이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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