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요즘 거리마다 아침 일찍부터 시끄럽다. 지방정부와 의회구성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어지럽게 걸려있는 현수막과 홍보포스터들이 혼란스러울 만큼 많다. 일일이 살펴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으나, 일단 알려야 하는 것이니 경쟁적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나름의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지금의 자리를 차지한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을 건 사람들이니 어떻게 해서든 당선이 돼야 할 것이니 이해는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어떤 지방정부와 의회를 만들 것인지? 어떤 사람에게 다음 4년 동안의 지역 살림을 맡길 것인지? 어떤 미래를 생각하면서 그 미래에 합당한 사람이 누구일지? 이제 그 선택은 국민들의 뜻에 달려있다. 선거라는 방법으로 국민들이 각각의 생각을 모아서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인데, 각각의 생각을 담아서 어떤 사람, 어떤 정책, 어떤 정당이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인지를 판단해서 표현하는 것이다. 다만 표현의 기회는 단 한 번이다. 그 한 번의 표현을 모아서 어떤 사람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는지를 계수하여 그 사람에게 정부와 의회의 일을 맡기는 것이다.

이때 한 표는 가장 작은 단위의 주권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각각의 한 표가 모아져서 국민적인 의사가 결정된다. 그 때에는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각이 된다. 따라서 한 사람의 표현은 나아가 우리 전체의 뜻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의 한 표는 한 표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따라서 한 표의 귀중함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물론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경우에도 한 표의 표현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는다면 책임 또한 물을 자격도 포기해야 한다.

하나의 가정이 더 넓은 의미로 지역사회이고, 그것의 더 큰 의미가 국가다. 국가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는 것이 오늘날의 국가제도다. 따라서 선거는 출마자를 위한 것이 아니고, 결국 자기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국민을 위한 일이다. 그렇다면 한 표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출마자를 위한 것이기 전에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의 권리를 바르게 행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표현할 때 판단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누구도 완전한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른 가치관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기본적인 자질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거기에다,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하나님께 합당한 사람, 즉 하나님이 기뻐하실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께 합당하고, 기뻐하실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누구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생각하면 생각이 깊어진다. 속이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신다면 좋겠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침묵으로 말씀하신다.

따라서 인간은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선택의 표를 사용해야 한다. 만일 하나님께서 즉시즉시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알려주신다면, 인간은 자신의 삶조차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고, 그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판단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게 하신다.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의 방법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목적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주인공이다. 역사와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주인공이다. 그 신분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부터 인간에게만 주신 특권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주어진 주권은 인간에게 맡겨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도록 하시는 그분의 위탁이다. 그만큼 바르게 시행해야 하고,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거에 참여하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 동시에 국민으로서 본분인 것이다.

또한 선거가 끝난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선거라는 방법을 통해서 국민의 뜻을 결정했다면, 다음은 그 질서에 따라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한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4년 후를 기다려야 한다. 정당하게 결정이 되었다고 하면, 모두가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당선된 사람은 자신에게 맡겨준 책임을 국민의 입장에서 겸허하고 신실하게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당선인의 책임이다. 그리고 4년 후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떨어졌던 사람도 4년 동안 자신이 진정 국민을 위한 준비된 일꾼이라는 것을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떻든 선거가 끝나면 당락을 떠나서 모든 국민은 결정에 대해서 순복하고, 그 질서에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이긴 자나 진 자 모두에게 주어진 본분이다. 서로가 결정에 따른 책임을 굳게 인식하면서 주어진 본분과 책임을 다할 때 안정된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다. 정책에 대한 평가도 4년 후에 다시 그 주권이 주어질 때 해야 하는 것 정당할 것이다. 또한 선거는 국민의 일꾼을 선택하는 것이기에 선출된 일꾼은 자신이 이긴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것이라는 분명한 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