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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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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월드컵 경기가 있을 때면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2002년 월드컵대회를 떠올린다.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응원열기가 전국을 휩쓸었다. 전국이 아니라 우리 교포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거리만이 아니라 두 사람만 모인다면 화제는 월드컵 경기였다. 교회들도 대형화면을 예배당에 마련해서 응원을 위한 모임을 별도로 마련했었으니 당시의 열광이 어느 정도였고, 평소에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조차도 결코 잊을 수 없기에, 그 열광을 재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한 마음은 이번 월드컵 경기도 다르지 않았다. 하여, 거리응원을 준비했고, 늦은 밤 한국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한국은 예선 두 경기를 내리 패하면서 16강 진출은 사실이 이미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아파트단지 내에서 응원하는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름인지라 늦은 밤이지만 창문을 열고 중계방송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환호와 탄식이 반복되는 열기가 느껴져야 할 것이나 잠잠하다. 아쉬움에 탄식하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미리 중계방송을 보는 것조차 포기한 경우도 많은 것 같았다. 늦은 시간이기에 이미 불을 끈 집들이 대다수였다. 기대하는 마음도, 경기를 즐기려는 마음도 모두 접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지난 5월 14일 예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극적인 승리하는 경기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역시 아파트단지 내에서 함성은 들리지 않았다. 역시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하는 터라 그럴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FIFA 랭킹 1위인 독일대표팀을 월드컵이라고 하는 최고의 대회에서 2:0으로 한국이 이길 것이라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았다. 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리 포기한 채 잠에 들었던 모양이다. 세계의 최강팀과 마지막 경기가 남았으니 보지 않아도 분명히 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시청을 포기한 채 일찍 잠을 청한 것이리라.

분명히 한국이 독일을 이긴다는 생각은 우리 스스로도 하지 않았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축구팬들 가운데 한국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독일을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현실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과 동일했다. 한국과 독일의 경기는 도박꾼들에게는 너무 쉬운 것이었다. 굳이 도박이라는 말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뻔 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하여, 중국에서는 독일이 이길 것이라고 판단하여 배당금은 적지만 승률이 높은 독일에다 전재산을 걸었는데 독일이 지는 사태가 벌어졌고, 결국 독일에다 재산을 걸었던 사람들은 모두 날리게 되고 자살을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전해올 정도였다.

누가 말한 것인지 모르지만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두 나라의 대표팀의 전적이나 경기력을 보면 분명히 독일이 이길 것이라는 판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결과는 한국이 이겼다. 그것도 추가 시간 6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두 골을 넣음으로써 이겼다. 극적인 승리였다. 이겼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느낌은 오히려 감격이 반감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주변이 조용했다. 골을 넣는 순간에도 아파트 단지에 특별한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한국이 독일을 이긴 것은 이번 월드컵대회 뿐 아니라 역대 월드컵대회에서도 이변 중에 하나라고 회자되는 것은 아침을 맞았을 때 전해지는 뉴스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적어도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면 자력으로 다음 라운드에 오를 수 있어야 한다는 국민적인 바람은 아직도 먼 이야기인 것을 증명하는 대회였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다음 라운드가 없으니 바로 귀국을 했다. 공항에서 환영식을 준비했지만 열기가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선수단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자랑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귀국인사를 해야 했다.

세계 최강의 국가대표팀을, 그것도 2:0으로 이기고서도 정작 선수단은 죄인이 된 모양새였다. 운동경기라는 것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이련만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에 함께 기뻐하고, 때로는 위로와 격려를 나눌 수 있으면 되련만 선수단이 주눅이 들만큼 분위기가 냉랭했다. 게다가 계란과 베개를 투척하는 사건까지 더해지니 그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했을지...?

아무리 잘 하는 팀이라도 질 수 있는 것이 스포츠경기다. 우리의 상대였던 독일이 그것을 우리와 함께 보여준 것 아니겠는가?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언제나 나, 내지는 우리만 이겨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 졌다고, 모든 책임을 선수단에게 묻는다면 그들은 어떤 심정이겠는가? 선수단 누가 지고 싶었던 사람이 있을까? 적어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단은 누구도 이기려고 했을 것이다. (지고서도 경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일본은 제외하고 ...) 이겼을 때 기뻐하고, 고마워하며, 졌을 때 격려와 위로를 할 수 있다면 과정은 물론 모두가 함께 기뻐할 수 있을 텐데 ... 그것이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뛰었던 선수와 함께하는 국민의 태도이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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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18.07.2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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