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분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낙수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장자옥 목사 간석제일교회 원로

축구경기처럼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는 경기도 없다.

럭비, 골프, 스키, 배구, 야구가 있지만 축구경기에 족히 비할바가 못된다. 축구가 국제적인 흥행과 열기를 뿜어내게 하는 데는 선수가 11명이어서가 아니다. 축구는 여느 경기도 그렇겠지만 11명이 각기 포지션이 있고, 그 팀이 기민하게 기술력과 팀웍으로 승부를 결정하되 골이 터질 때 그것이 현대인의 억압된 감정을 뻥하고 뚫어주면서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축구는 발묘기 뿐 아니라 헤딩슛의 절묘함이 어울어지고 폴로, 씨름, 스모, 럭비같이 국지적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스포츠라는 점에서 더 큰 열정이 타오르는 것일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은 푸틴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하게 응결 시켰고, 그의 위세를 세계적으로 각인시켰다. 이것은 1936년 하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히틀러의 야심에 가까운 의도라고 생각된다. 금번 올림픽의 특징을 보면 우선 무엇보다 VAR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었다. 때문에 선수들의 액션이 그만큼 조심스러워져서 레드카드가 4장 밖에 나오지 않았다. 심판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VAR은 속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일부에선 VAR이 오히려 축구경기의 긴박한 긴장감과 흐름을 헤쳤다는 비판도 제기 되었다. 그래서인지 패널티킥이 종전 18개에서 29개나 되어 역대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경기 중 169골에서 22골 (8:1)이 패널티킥이었다.

둘째, 화려한 개인기가 사라지고 세트피스 (set piece)가 전체 득점의 40% (169:69)나 되었다. 그래서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 호날두가 속한 포르투갈이 16강에서 탈락할 정도였다. 세트피스는 비밀리에 잘 훈련시킨 팀웍이다. 세트피스란 세트플레이와 같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사전약속이 가미된 플레이다. 주로 프리킥, 코너킥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세트피스 득점율이 좋지 못하다.

셋째,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전통축구 강국이었던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이 모두 4강에 진입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브라질에 펠레, 아르헨티나에는 마라도나, 현 메시가, 독일에는 베켄바워, 클로제 같은 탁월한 선수가 있었지만, 현재는 그런 선수가 없고 남미나 아프리카에 그런 선수가 있다 해도 어려서 부모 따라 유럽으로 귀화한 경우가 많다.

넷째, 월드컵 잔치의 트로피를 쟁취한 프랑스를 생각할 때 인상 깊은 것은 자국선수가 결승전에서 득점할 때 와이셔츠 차림의 마크롱 대통령의 환호하는 열정적 제스처였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운동장을 향해 주먹을 쥔 두 팔을 번쩍 쳐들고 포효했다. 그 모습이 날렵하여 20대 청년처럼 신선하게 보였다. 그동안 프랑스는 아랍사람에게 관용했다. 그러나 2005년에 이민자 청년들의 집단소요가 일어났고 2015년에는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IS(이슬람국가)의 총격 테러로 90명의 시민이 사망했다. 그런데 월드컵 우승국이 되자 모든 프랑스 국민이 함께 기뻐하고 환호했다. 월드컵이 불안과 갈등을 품고 사는 프랑스에 새로운 사회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다. 프랑스 월드컵 선수 23명중 21명이 이민자 집단 출신이고, 이 중에 15명은 아프리카계이다. 그래서 검은팀이라 야유도 했지만, 그들은 무지개를 프랑스에 안겨준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가 다시 하나로 묶여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 4골을 터트린 음바페는 아버지가 카메룬, 포그바는 기니, 은골로 캉테는 부모가 말리사람, 그리고 이 다양한 선수들을 이끌어 영광의 트로피를 쟁취케 한 감독 데샹은 바스크혈통이다. 데샹은 우승 직후 “앞으로 더 강해진 프랑스를 볼 것이다” 자신 있게 말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러한 오늘의 프랑스를 보고 “러시아 월드컵은 오랜만에 인종과 태생에 관계없이 모든 프랑스 국민이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하는 경험을 안겨주었다” 라고 말했다.

4강의 추억을 벗고 대한민국이여, 다시 일어나 뛰자.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