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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콩은 일반적으로 초여름에 심어서 가을에 거둔다. 그런데 봄에 심어서 봄에 거두는 콩이 있다. 그것은 강낭콩과 완두콩이다. 생육기간이 그만큼 짧다는 의미다. 생육기간이 짧은 것에 비해서 수확량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약점이 있다면 보관이 어렵다. 풋콩으로 먹어야 하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물고기에 비유하면 생선으로만 먹어야 하는 것과 같다. 저장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콩은 말려서 보관할 수 있는 반면에 봄에 수확하는 콩은 말려서 먹을 수가 없다. 생선으로만 먹어야 할 물고기를 냉동, 또는 냉장보관을 했다 먹는 것 같은 경우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풋콩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 당연히 풋콩의 맛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의 약점이 있다면 독특한 냄새가 있다는 것이다. 하여 아이들이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싫어하기도 한다. 물론 어른들 중에도 그 냄새가 싫어서 먹지 않는 경우가 있을 만큼 독특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먹어서 그 맛과 향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처음 대할 때 거북할 수 있는 콩이기도 하다. 반면에 호불호가 있어서 그 냄새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 냄새를 추억으로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늦은 봄날이면 풋콩으로 먹는 강낭콩이나 완두콩을 찾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 콩들은 먹을 것이 궁했던 시대에 봄철 영양공급을 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춘곤기가 되면 먹을 것이 없는 것과 함께 대부분의 국민은 겨울을 지나면서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비타민 결핍 증상을 온 몸으로 경험을 해야 했다. 각종 피부질환이 가장 일반적인 현상이라면, 심할 경우는 다리가 휘고, 성장이 안 되고, 입이 헐어서 고통이 심했다. 이러한 비타민 결핍 현상을 제일먼저 극복하게 하는 것은 봄나물들이었다. 채소를 심어서 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얼었던 땅이 녹게 되면 겨울을 이겨내고 자란 푸성귀들이 비타민 공급원이었다.

햇살은 많이 따뜻해졌지만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람이 차가운 이른 봄날이면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부지런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에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냉이를 비롯한 봄나물들이다. 비로소 비타민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봄날의 선물이다. 지난 해 이미 자라서 겨울을 난 냉이는 이른 봄날 최고의 비타민 공급원이다. 그것으로 겨우내 결핍했던 비타민을 겨우 공급받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탄수화물과 함께 공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식량이 절대 부족했던 시대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공급받을 수 있는 식량이 없으니 허기진 배를 쑥으로 대신해서 채워야 했다. 곡물은 없이 쑥만 잔뜩 넣어서 끓여낸 풀떼기만 먹다보니 몸이 붓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그만큼 탄수화물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시대에 봄에 심어서 봄에 먹을 수 있는 콩은 우리가 살아남는데 나름의 공헌을 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아마 봄날에 탄수화물과 함께 비타민 결핍을 해결해준 일등공신은 바로 이 콩들일 것이다. 봄에 탄수화물을 공급해줄 수 있는 것은 보리와 밀이었는데, 문제는 먹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곡물이니 죽지 못해서 먹는 기분이었다. 그나마도 배불리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형편이 안 됐다. 그러한 상황에서 종합비타민제 같은 역할을 한 것이 이 콩이다. 문제는 보리밥도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더해서 콩들도 냄새가 있어서 맛을 즐기기에는 버거운 것이었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을 가릴 수 없는 시대에 이 나라 국민의 건강을 담당해준 것이라고 생각하면 감사한 일이다. 수확기간도 짧아서 때로는 일손이 부족하면 썩히기도 하는 까탈스러운 녀석이기는 하지만 추억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옥상 텃밭에 이 녀석들을 심었다. 지난해에는 강낭콩만 심었었는데 실패를 했다. 금년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열매를 경험하고 싶어서 강낭콩과 완두콩 씨앗을 뿌렸다. 하지만 생장조건이 안 좋은 곳인지 발아율이 형편이 없었다. 완두콩의 경우는 발아율이 5%정도나 된 것 같고, 강낭콩은 10%정도 되었을까? 그래도 지켜봤다. 나온 녀석들이라도 열매를 맺기를 기대하면서 봄날을 지냈다. 장마를 앞두고 콩들이 열매를 익히고 있었다. 완두콩은 두 주간 전에 수확을 했다. 비록 소량이지만 그 맛과 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오늘은 강낭콩을 수확했다. 기대한 만큼 크지 않았고, 수확량도 적었지만 콩을 까보니 풋풋한 향과 함께 튼실한 크기의 알맹이가 틀림없는 강낭콩이었다.

사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심고, 물을 주고, 성장을 경쟁하는 콩을 조금 도와서 풀을 뽑아주는 정도가 전부다. 심은 것이 자라서 열매로 보답하는 것을 경험할 때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사’다. 가난했던 시대에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서 풋내를 가득담은 콩향은 하나님께서 봄날에 주시는 선물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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