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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와 떠나는 성경여행 – 요한복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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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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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우 목사

고별 설교는 끝났다. 예수님은 이제 기도로 십자가를 받아들이신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He looked toward heaven), 예수님의 습관(11:41; 막7:34)과도 같은 자세로 시작된 요한복음 17장은 전체가 예수님의 기도로 채워졌다. “아버지여”, 시작부터 형식은 단순했고, 아버지와의 친밀한 관계가 유지된다. 18장 1-3절의 말씀을 보면 이 기도는 붙잡혀 끌려 다니며 심문과 모욕, 그리고 온갖 가혹행위는 물론 십자가를 지고 갈보리 언덕으로 올라가 결국은 십자가에서 비참하게 죽임 당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숨 가쁘게 진행되기 직전, 즉 가룟 유다가 등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쳐들어오고 있을 때 드린 기도였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드린 기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용 중에 분노나 원한, 탄식과 불안, 그리고 절망의 단어가 전혀 없다. 오히려 ‘영화’(1, 4, 5절), ‘영생’(2, 3절), ‘영광’(10, 22, 24절), ‘기쁨’(13절), ‘진리’(17, 19절), ‘사랑’(23, 24, 26절) 등의 단어들만 가득하고, 특히 ‘영화롭게 하심’과 ‘영광’이 여러 번 반복된다. 전혀 침울한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모리스는 아예 ‘소망과 즐거움의 무드’라고 했다. 위대한 승리와 영광의 찬미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먼저 자신을 위해 기도하셨는데(1-5절)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앞두고도 탄원은커녕 ‘영광’에 집중하셨다. 수치의 도구였던 십자가를 오히려 영광의 수단으로 여기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영광과 아버지의 영광을 밀착시키며 창세 전에 아버지와 함께 즐기던 그 영광을 지금도 누리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다. 그래서 곧 지게 될 십자가는 실패가 아닌 성공이고, 패배가 아니라 승리이며, 그의 삶의 절정이요 모든 지상사역의 마무리라는 확신이 넘친다.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하라고 주신 일을 이루는 것이 곧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는 것이며(4절), ‘영생’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영광이라 하셨다(2절). 그래서 십자가를 ‘영광의 보좌’로 인식하고,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할 ‘사명’(Mission)으로 여기셨다. “내게 하라고 주신 일”(the work you gave me to do)이라는 표현은 아버지의 위계가 지고(至高)임을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결코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경박한 표현이 아니다.

 

예수님은 영생 얻는 방법도 재확인해주셨다. 그것은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3절), 세상에서는 특정 계층의 사람을 아는 것이 행복이고 삶의 자극제 정도지만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세상의 상식적인 생활철학을 뛰어넘어 사람을 변화시키는 차원이 다른 삶을 가져다준다. 그게 곧 ‘영생’이다. 그래서 필로(Philo)는 영생을 “단순히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라고 표현했지만 템플(Temple)은 “‘안다’는 말은 “인격적 사귐을 뜻하며 영생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 안으로 들어갈 때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수님은 그 동안 “세상 중에 내게 주신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이름’(유대인들에게 사람의 입으로 불러서는 안 되는 이름)을 나타냈다”며 그들은 “내게 주신 것이 다 ‘아버지로부터 온 것’인 줄 알고, 주신 말씀들을 받을 뿐 아니라 나를 보내신 것도 믿는다.”(8절)고 하셨다. 비록 갈보리의 충격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제자들이지만 그들의 신앙을 인정하며, 자신을 영접치 않은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순간에 세상(17장에 18번이나 나옴)과의 관계를 잘 정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셨다(6-19절). 그 기도 중에 제자들을 ‘내게 주신 영광’(Glory has come to me)이라고 하셨다(10절). ‘내게 주신 영광’, 당장 배신하고 도망칠 제자들이지만 훗날 증인이 될 그들의 운명을 이미 다 아시는, 과연 주님다운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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