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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그리고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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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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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옥 목사

상처를 입은 젊은 독수리들이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비행시험에서 낙방한 독수리, 짝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독수리, 윗독수리로부터 할큄을 당한 독수리 등. 그들은 하나같이 이 세상에서 자기들만큼 상처가 심한 독수리는 없을 것이라고들 하소연 했다. 이때 망루에서 파수를 보던 독수리 중의 영웅이 쏜살같이 내려와 이들 앞에 섰다.

“너희들 왜 새 중의 왕답지 않게 자살하고자 하느냐?” “이렇게 힘들고 이렇게 왕따를 당하다보니 괴로워서요. 차라리 죽어 버리는 것이 낫겠어요.” 이때 영웅 독수리가 말했다. “나는 어떤가? 상처하나 없을 것 같지? 그러나 이 몸을 보아라.”

영웅 독수리가 날개를 펴자 여기 저기 빗금 친 상흔이 나타났다. “이건 날기 시험 때 솔가지에 찢겨 생긴 것이고 이건 윗독수리에게 할퀸 자국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에 드러난 상처에 불과하다. 마음의 빗금 자국은 헤아릴 수도 없다.” 영웅 독수리가 조용히 그리고 엄숙히 말했다. “일어나 날자꾸나 날아보자 일어나라. 날고 있는 동안에는 걱정할 틈이 없다. 상처 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 나자마자 죽은 새들 뿐이다.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상처 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새 뿐이겠는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긴장의 연속이며 처절한 시간들이 아니겠는가? 흔히 우리는 절망하여 고개를 떨구고 주저앉아 있는 사람에게 고개를 들어 창공을 보라고 말한다. 그런데 새 중의 왕 독수리가 나는 저 하늘 저 창공에도 그런 아픔이 있고 상처가 많다니... 그 뿐이랴 꽃의 세계에도 상처는 있게 마련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 흔들리며 피는 꽃)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찌 꽃의 세계뿐이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삶에도 상처는 있다. 어디 상처뿐이겠는가.

후배 가운데 퍽 점잖은 목사였는데 중년 이후에 시를 짓고 쓰다가 국민일보 신앙시 신춘문예에 대상을 받고 문단에 데뷔한 사람이 있다. 그의 고백을 보면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시를 썼다. 무엇인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하면서 숱하게 겪은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기에 자꾸만 쓰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런 과정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기적과 은혜가 너무 커서 숨겨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나 삶 자체가 상처 그리고 상처뿐이었기에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와 말 춤이 지구를 휩쓰는 동안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43.6명이 자살하는 실정이다. 2012년 미국 갤럽이 세계 148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행복감 순위는 97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은 역시 치유도 있다는 것이렸다. 그러므로 상처 때문에 울지만 말고 서로 희망을 노래하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삶이 너무 아파서 울기보다는 때론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한 번쯤 웃어보자. 독수리도 폭풍과 혹한에 시달리며 비상하고 꽃들도 숱한 시련에 흔들리면서 곱게 핀다. 어쩌면 십자가의 길도 기실은 흔들리면서 가는 골고다 길이거니, 우리 신앙인들도 회한의 눈물에 젖으며 때로는 감격의 눈물에 더 뜨겁게 젖으며 살아가는 가운데 더 성숙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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