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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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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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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백두산 천지에 올라 남북의 정상과 수행원들이 함께 즐거워하는 영상이 전해졌다. TV로 전해지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벅찼다. 아주 특별하게 올라갈 수 있는 경우였지만, 남북의 정상과 수행원들이 동반해서 백두산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밖에 없다. 해방 이전까지만 해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르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오를 수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해방과 동시에 남과 북으로 분단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만들어지면서 백두산에 오르는 것은 그만두고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게 되었다. 해방 이후 점차 38도선은 굳게 닫히기 시작했고, 6.25전쟁 후에는 완전하게 남북을 단절시키는 서해에서 동해까지 이어지는 휴전선의 철조망이 갈라놓고 말았다.

분명히 하나의 나라였고, 우리의 영토였는데, 우리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더 이상 오갈 수 없게 분단이 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일본이 주도한 대동아전쟁은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고통에 빠지게 했다.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약소국가들을 짓밟았고,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수탈해갔다. 그러한 의미에서 분명히 전범(戰犯)국가는 일본이다. 그들은 우리를 식민으로 삼았고, 지배하고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수탈해갔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면서 정작 식민지를 당했던 우리가 분단이 되었고, 대동아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전범국이면서도 그 나라는 분단되지도 않았고, 신탁통치도 받지 않았다. 분명히 우리는 피해국이고, 피해 당사자다. 그런데도 일본이 분단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분단국이 되었다.

우리 국민 그 누구도 이렇게 분단국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한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다만 피해국이기 때문에 해방과 독립이라고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과만을 바랐을 뿐이다. 그렇지만 결과는 분단국이 되었고, 남과 북은 당시 세계의 패권국들이 각각 지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의 아픔과 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한 현실에서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남북의 정상이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동시에 교훈을 준다. 즉 분단은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면, 통일은 우리의 힘으로 이룰 수밖에 없는 21세기의 과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지?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녹록한 것이 아니기에 더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통일을 위한 의지와 정치적인 결단, 그리고 국민적인 동의와 협력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전 세계의 열강들은 우리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대상 내지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남과 북의 분단은 그들에게 우리와 같은 아픔과 고통이 아니다. 그러한 현실에서 통일은 다만 우리의 문제일 뿐이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판단을 할 뿐이다. 그만큼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작 피해 당사자인 우리를 위해서 판단하거나 이해를 해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남북의 통일 위해서 필요한 또 하나의 일은 70년 이상 분단국가로서 오갈 수 없는, 완전히 단절된 시간과 환경이 만들어준 생각과 환경의 차이를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서로를 이해하고 알 수 있는 관계이어야 하는데, 완전히 단절된 상태에서 70여년의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생각과 가치관이 너무나 다르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서로가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신중하고, 엄청난 노력과 함께 접근해야만 한다. 또한 필요한 준비가 철저하게 선행되어야 한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통일비용을 감당해야만 한다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분단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한 일은 없음에도 결과적으로 통일과 통일을 위한 일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즉 분단의 시간만큼이나 내부적으로도 너무나 다른 가치관과 문화를 형성했는데, 그것을 넘기 위해서는 분단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의 아픔과 어려움이 있게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역시 분단의 결과가 가져다 준 것이다. 분단으로 인한 피해도 오롯이 우리 몫이라는 의미다.

책임을 묻는다면 당시의 패권국가들 일 것이고, 지금도 그들은 자기들에게는 책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 책임을 반드시 져야만 할 일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음에도 분단의 시간만큼이나 서로 달라진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누구나 자유롭게, 그리고 함께 백두에 오르기 위해서는 경제적, 정치적인 준비가 있어야 하겠지만 정작 통일의 주체인 국민들은 서로에 대해서 이해, 용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이 허락하신 은혜로 서로를 품을 수 있는 큰 믿음이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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