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천상병씨의 귀천(歸天, Back to Heaven) 이라는 자유시는 1979년 작품이다. 이 시는 참으로 불가항력적인 모진 운명의 틈바구니에 엮어져 인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억울하고 불행하게 살다간 천상병 시인이 어느 날 자기가 죽었다고 실종 신고한 사실을 안 후에 1979면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며 쓴 신앙고백인 셈이다. 여기에는 죽음에 대한 아무런 두려움이 없고 따라서 마음에 아무런 파장도 일렁이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미련도 하등의 집착도 없는 무욕의 경지를 느끼게 해주고 삶의 그 숱한 아픔마저도 초월한 초인간적인 영적세계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자기의 신념을 우렁차게 고백하는 경건함도 없고 원한 맺힌 자들에게 시원스레 일갈을 휘두르는 말 한마디 없이 어떻게 생각하면 무심하리만치 고달픈 삶의 황혼에서 그렇게도 무거웠던 짐을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순진무구하게 자기신앙 소원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런 심령에게 그 누구인들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던질 수 없을 것이다. 참 담담한 평안이 오롯이 녹아 있다. 이슬과 함께 하늘로 돌아가리라. 그렇다. 새벽이슬 같은 청춘도, 보이지도 않는 여린 이슬방울 같은 어린애도 하늘로 돌아간다. 또 “노을빛과 함께”라는 말도 그렇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를 악물고 더 살기를 몸부림친다 해도 구름이 손짓하면 하늘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죽음에 남녀노소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의 3연에 가면 “하늘로 돌아가 이 세상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여기에 인생의 소망이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슬과 노을을 들면서 죽음의 보편성, 공평성, 필연성을 말하지만 종장에 가서는 Back to Heaven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을 예시하고 있다.

I'll go back to heaven again.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s beautiful world

I'll go back and say: It was beautiful. . . 여기에 그 숱한 인생의 질고와 불행과 미움과 아픔 분노와 억울함까지 일순에 벗겨버리고 beautiful로 회복시켜 주시는 하늘소망에 대한 짙고 강렬한 기대감이 있다.

부산시장의 공보 비서로 일하다 67년 윤이상 등과함께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옥고를 치르며 전기고문으로 몸이 다 망가진 상태인체 선고유예로 출소했다. 그것이 그의 비극적 생애의 단초가 되었다. 그가 그 사건에 연루된 것은 독일유학을 다녀온 친구에게 몇 푼씩 돈을 받았었는데 그것이 그만 공작금으로 확대되어 3개월간 정보부에서 전기고문까지 받아 아이를 가질 수 없이 되었다. 그는 고문을 회상하는데 마치 “전기다리미 밑에 눌린 와이셔츠 같았다”고 했다. 그 후부터 천재시인 천상병은 손발놀림이 불편하고 침이 자꾸 흘러 나왔고 입도 어눌해졌다. 그리고 삶의 지평을 상실한 채 가난이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 다녔다. 한때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청량리병원에 수용되기도 하며 실종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세상은 그를 기인이라고도 했지만 그의 부인 문순옥씨는 남편을 「일곱살짜리 같다」 할 만큼 아기 같은 심성을 가졌다고 말했다. 천주교인이었던 그는 1981년부터 연동교회에 나갔고 1993년 63세에 간경화로 하늘나라에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