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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차고 가슴마저 닫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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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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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옥 목사

 

조창인 작가의 소설 ‘등대지기’는 두 아들을 생각하는 모성애와 그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자식들의 마음을 주제로 하고 있다. 36세에 청상과부가 된 어머니는 식모살이를 하며 두 아들을 힘겹게 키웠지만 세월이 흘러 치매에 걸린다. 성공한 형은 어머니 수발을 견디지 못하고 무인도에서 등대지기를 하는 동생에게 어머니를 맡기고 이민을 간다. 그러나 동생 역시 몇 개월 뒤 어머니 수발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려 한다. 이런 아들에게 등대지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길러준 모친을 요양원에 보낼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이번 기회에 등대생활도 정리하는 것이 좋겠네. 등대는 가슴이 얼어붙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등대를 어찌 차가운 마음으로 지켜낼 수 있겠는가?” 우리 가슴 한 가운데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명언이라 생각된다.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1955~2011)는 애플의 CEO이자 공동창립자이다. 그는 1976년 애플을 창업하고 애플2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화했다. 그는 승승장구하여 부를 일구며 디즈니 지분 7%를 소유하며 개인 최대 주주가 되었으나 2003년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2011년 10월 5일 불과 56세 한창 나이에 애석하게 사망했다.

그는 죽기 전 병상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회한에 젖은 고백을 토했다. “나는 사업에서 성공의 최정점에 도달했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내 삶이 성공의 전형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일을 떠나서는 기쁨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에 병석에 누워 나의 지난 삶을 회상해보면 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겼던 모든 갈채와 부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그 빛을 잃었고 그 의미도 상실했다. 어두운 방안의 생명보조 장치에서 나오는 푸른빛을 보며 웅웅 거리는 기계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죽음의 사자 숨결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나는 돈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간과하며 살았다. 쉬지 않고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다보면 결과적으로 삐뚤어진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나같이 말이다. 부에 의해 조성된 환상과는 달리 하나님은 우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성이란 것을 모두의 마음속에 넣어 주셨다. 평생에 내가 벌어들인 재산(남긴 재산 10조)은 가져갈 도리가 없다. 사랑만이 진정한 부이며 그것은 우리를 따라오고 동행하며 우리가 나아갈 힘과 빛을 가져다준다. 인간은 누구나 때가 되면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을 맞게 되어있다. 가족을 위한 사랑과 부부간의 사랑 그리고 친구를 향한 사랑을 귀히 여겨라. 자신을 잘 돌보기 바란다. 이웃을 사랑하라.” 제법 진지한 이야기를 남겼으나 그러나 그는 실제로 등대지기의 둘째 아들처럼 가슴이 얼어붙은 사람이었다. 그는 1955년 시리아출신 유학생 아버지와 미국인 여학생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외할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1주일 만에 입양되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은 그의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 몫을 하였다. 그는 친부모에 대해 “그들은 내 정자와 난자의 은행일 뿐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3세 때 애인이 딸 리사를 낳았으나 친자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2년간 법정공방 끝에 받아들였으나 둘 사이는 원만하지 못했다. 한편 친부 존 잔달리(1931년, 89세)씨는 잡스가 죽기 두 달 전 처음으로 자기가 친부임을 밝혔다. 그는 “잡스가 친자임을 몇 해 전 알게 되었다. 몇 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면서 “더 늦기 전에 만나 커피라도 마시면 행복하겠다.”고 했으나 끝내 응답이 없었다. 친부는 호텔 부사장이었다. 이렇게 되자 아들의 죽음에 관한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정말 아무 할 말이 없다.”고 후회했다.

이를 두고 ABC 뉴스 작가인 커리씨는 “아버지는 아들이 전화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아들은 끝내 전화를 주지 않았다.”고 적었다. 병상에서는 사랑 특히 가족, 부부, 이웃사랑을 호소했던 그가 정작 늙은 친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을 그렇게 매섭게 거절했다니 그는 돈 버는 일에는 가슴의 열정이 불타올랐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나 인간적인 면에서 볼 때는 친자를 그리워하는 애비를 끝내 외면하고 간 가슴이 북극처럼 얼어붙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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