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목회

성경속세상 분류

명품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이종전 교수

 

지난 연말 재미있는 통계들이 발표되었다. 그 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유명브랜드의 가방 시장의 규모와 소비국가의 구매력 같은 내용들이었다. 소위 명품가방을 소비하는 국가의 소비규모를 통계로 수치화한 발표였다. 호기심에 내용까지 살펴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다른 것보다도 우리나라의 명품가방 소비규모에 대한 통계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명품가방의 소비는 단연 미국이 2위와의 압도적인 차이를 두고 1등이었다. 미국의 명품가방시장규모가 무려 16조8842억원이다. 2위는 중국으로 6조3320억원이고, 이어서 근소한 차이로 일본이 3위였는데, 6조1713억원의 소비를 했다고 한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실제적인 G3라고 할 수 있는 순서대로 소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어지는 4위가 다름 아닌 우리나라였다. 한국이 2017년 명품가방을 사기 위해서 지출한 총액이 3조2348조억원이라고 한다. 이것은 프랑스 5위, 홍콩 6위, 이탈리아 7위, 영국 8위, 대만 9위, 독일 10위와 비교할 때 놀라운 것이었다. 10위인 독일의 명품가방시장은 1조2235억원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것은 여러 조건을 배재한 소비규모에 대한 단순한 통계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총생산량과 인구수를 감안해서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4위가 아닌 1위인 셈이다. 인구수로만 생각해도 단연 1위가 될 수밖에 없고, 거기다가 국민총생산량도 가장 적은 나라이니, 이 또한 1위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이 숫자는 통계자료로 잡힌 것을 기준으로 한 것임을 전제할 때, 우리나라 국민들이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서 현지에서 들고 들어온다든지 여러 경로를 통해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까지를 합한다면 단연 1위라고 하는데 이의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세계의 명품가방시장에서 한국은 가장 큰손인 셈이다. 경제력에 비해서 소비가 경제대국들의 소비를 넘어섰으니 적어도 소비시장에서 한국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는 의미다. 수출총액기준으로만 보았을 때 우리나라가 10위권 정도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소위 명품가방소비는 4위를 했다는 통계였다. 그러나 앞에서 생각한 것처럼 실제로는 1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품가방에 대한 선호도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를 증명한 셈이다.

이러한 통계가 사실이라고 하면 왜 한국인들은 그렇게 가방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마도 유행에 민감하고, 자기 과시나 체면을 중시하는 정서가 지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니 절대화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것들 때문이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체면 때문에 자신의 소비능력과 관계없이 어떻게 해서든지 명품을 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결국 무리해서라도 사게 되는 것 아닐지.

그런가 하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외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자존감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일이나 역할, 사회적인 위치 등을 통해서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을 통해서 자존감을 담보할 수 없을 때 소유와 소비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게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때 소비는 단지 가방만이 아니다.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을 포함된다.

이러한 현상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관의 문제이기도 한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서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소비나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환경이나 주변을 의식해서 행동하게 된다. 그만큼 가치관이 분명해야만 감정적인 판단이나 경쟁적 판단을 하지 않고, 소신이 있는 자신의 소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체가 나쁘거나 잘 못된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해서 명품을 들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이 체면이나 자기 과시용이 아니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는 또 다른 나눔이고,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며, 협력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의미에서 생각하면 소비는 경제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단지 경쟁심이나 자기 과시를 위한 것이라면 헛된 것 아닐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통해서 자존감을 담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존경하고 인정하는 가운데 그 사람은 명품을 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든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전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명품만 든다고 그 사람이 명품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