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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가 되고만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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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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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옥 목사

고결한 성자가 숲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그를 사랑하는 선배 성자가 찾아와 그에게 힌두교 경전 한권을 주고 갔다. 성자는 너무너무 고맙게 경전을 받아 소중히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쥐들이 그 책을 갉아먹은 것을 발견했다. 성자는 속이 몹시 상했다.

‘요놈의 쥐들을 어떻게 하지?’

그는 한참 골똘히 고민하다가 손뼉을 치며,

‘그렇지, 고양이 한 마리만 키우면 될게 아닌가!’

‘고양이를 구했는데 고양이에게 먹일 우유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하고 고민 끝에

‘할 수 없지 암소 한 마리를 키우면 넉넉하겠지’ 하며 암소를 키우기로 했다.

우선 외양간을 지었는데 정작 암소를 돌보고 먹일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자를 구하기로 했는데 방이 없기 때문에 방을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성자가 2년을 지내는 동안 커다란 집과 아내와 두 아기와 고양이와 암소와 온갖 살림들이 가득 쌓였다. 결국 성자는 커다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혼자 마음 편하게 명상하며 살 때를 생각했다. 이제 그는 절대자를 사모하는 대신 아내와 두 아이와 암소와 고양이를 돌보며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수도와 명상보다는 여러 가지 것들을 관리하는데 시간을 다 빼앗기면서 평범한 농부로 전락해 버렸다. 그는 ‘세상에, 한 권의 책이 나로 하여금 이토록 복잡한 번민에 빠지게 만들어 버렸구나.’ 하고 후회했으나 이젠 어쩔 수가 없었다.

이 이야기는 바바하리 다스라는 인도 출신 명상가가 조용하게 써서 펴낸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책속에 있는 글이다. 우리가 그런대로 감사하면서 만족스럽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탐욕을 버려야한다. 知足可樂 務貪則憂 (지족가락 무탐칙우) 만족함을 알면 즐거울 것이고, 탐하기를 힘쓰면 근심이 있다는 뜻이다. 성경에도 탐심을 우상숭배라 했다. (골로새3:5) 이 세상에서 하찮은 것이든 가장 귀하다고 하는 것이든 사람이 그것에 얽매이게 되면 그것이 우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선배님, 저는 그렇게 큰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단지 한 권의 귀중한 책을 보호하고자 고양이 한 마리를 길렀을 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의 고리가 또 다른 고리를 달고 들어오면서 결국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성자는 그 힌두교의 경전 없이도 이미 성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책을 우상화한 나머지 ‘안전하게 보호해야지. 더 안전하고 귀하게 보전해야 해’하며 그 생각에 집착하여 보호방법을 착안하고 그 일에 고리를 달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뒤를 돌아보거나 곁을 쳐다 볼 겨를도 없이 그 책을 보호하는 행동을 계속해 나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리하여 고결한 성자였던 한 구도자가 책 한 권에 대한 집착 때문에 결국 육신에 속한 생활의 염려로 날마다 골치를 썩어야하는 농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30대 초반 때 친구 안관섭 목사와 존경하던 안변욱 교수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훌륭한 교수요, 저술가인 그 분의 서재가 소박하고 초라해 보였다.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재가 제가 보기에 생각보다 소박하군요.” 했더니 빙그레 웃으시면서

“사실 책도 때로는 우상과 같은 생각이 들어서 꼭 필요한 것만 꽂아두었어요.”라고 의미 있는 대답을 주셨다. 버릴 것은 버려야 소유로부터 자유를 누릴 수 있고 정신적인 부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정말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은 십자가이고 진정 갖지 못하면 멸망하는 것은 구원의 확신이다.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의 확신이 없으면 모든 것이 흔들리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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