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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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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사람은 매순간 선택을 통해서 살아간다. 물론 선택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때로는 주변 사람이나 환경의 영향에 의해서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적인 경우도 있지만, 비록 그러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선택과 행동은 본인이 한다. 또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괜찮거나 그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운전을 하다가 보면 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인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내비게이션도 진화해서 막히는 곳을 피해서 가는 길을 안내하는 기능이 개발되었다. 그러니 내비게이션 기능을 이용해서 따라가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똑 같은 길에서 같은 내비게이션의 기능을 선택했다면, 막히지 않는 길이 가장 막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한 경우라도 그것을 선택한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내비게이션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상황에서 내비게이션의 기능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빠른 길을 선택했지만 더 막히는 길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며칠 전 내가 달리고 있던 고속도로가 막혔다. 비슷한 거리라면 차라리 조금 돌아가더라도 막히지 않는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고속도로를 바꿔 탔다. 처음 가는 길은 아니기에 자연스럽게 길을 바꿔서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같은 방향이라도 조금 더 빠른 길이 좋겠다는 생각에 자동차전용 국도를 선택했다. 신호등도 없으면서 막히지 않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은 다음날 까지 후유증이 남겨졌다. 얼마쯤 달렸을 때부터 길이 낯설었다. 국도에 들어서면서 선택한 방향에 착오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가장 막히는 국도를 선택한 셈이 되었다. 그때부터 일이 잘못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신호등이 기다리고 있었고, 많은 차량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러한 길을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가야 했다. 갈아타고자 한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시원하게 뚫렸다. 비록 국도에서 헤맸지만 다시 고속도로에서 시원하게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잠시의 기쁨이었다. 이번엔 도로에 대한 착각을 했다. 다시 한 번 갈아타야 원하는 길로 이어지는데 타고 있는 고속도로가 생각했던 그 길로 이어진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갈아타지 않고 계속해서 직진을 했다. 이내 고속도로는 끝이 나고 다시 일반국도로 이어졌다. 다시 고속도로입구를 찾아 올라가려니 먼 길을 한참이나 돌아야 했다. 그렇게 겨우 고속도로에 올랐지만 이번에 고속도로가 막혔다. 퇴근길 교통량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보니 평소에도 막히는 구간인데 도로 위의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이었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막심했다.

결국 수십 Km를 돌아야 했고, 시간은 예정보다 4~50분이나 더 걸렸다. 순간의 선택에 대한 후회가 막급했다. 그렇게 돌아오는 내내 혼자서 열심히 중얼거렸다. 선택에 대한 자책이었다. 누가 그렇게 가라고 강요하거나 미혹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의 경험과 판단으로 그 길을 선택했고, 자동차는 내가 방향을 바꾼 대로 움직였을 뿐이니 자동차를 탓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는가? 도착해서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돌아온 만큼 연료도 소모되었다. 경제적 시간적으로 모두 손해를 본 셈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하거나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 자신의 선택이었고, 그 결과는 내 것일 수밖에 없다. 하나님 앞에서 신자로 사는 순간의 선택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일을 선택해서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의 몫이기에 더 믿음과 지혜로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은 선택은 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 선택은 반드시 책임을 동반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나의 선택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선택의 기준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확신을 통해서 선택한 것이라면 그 결과에 대해서 아쉬워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결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기뻐할 수 있다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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