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분류

기도로 강해지고 또 자애로워져야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장자옥 목사

 

제2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독일 쾰른 시에 케테라는 한 여인이 외롭게 살아간다. 38세의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라곤 거부할 수 없는 잔인한 가난과 두 달 전 가출해 버린 전화교환수인 남편과 창백한 세 아이가 있을 뿐이었다. 케테는 6년 전부터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진 프랑케 부인의 부엌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프랑케 부인은 교회 안에서 대단한 힘을 지닌 활동가였다. 이 60대 부인이 소유하지 못한 것은 웃음밖에 없었다. 단지 부인은 때 묻은 지폐를 셀 때와 지하실에 보관해 둔 3백 개의 과일잼 병을 셀 때에는 웃었다. 케테의 남편 프레드는 자식들의 노랫소리에 프랑케 부인이 화를 벌끈벌끈 낼 때, 그 가련한 자식들에게서 노래마저 빼앗을 수밖에 없는 그런 괴로운 나날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집을 뛰쳐나가 버린다. 가엾은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거리의 허술한 여인숙에서 만난다. 케테는 벽에 등을 기댄 채, 가난과 삶의 고통으로 훨씬 늙어버린 남편을 향해 반문한다.

“당신은 왜 기도를 하지 않는 거죠? 기도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걸 당신은 왜 모르는 척하는 거예요?”

“주님은 내게서 너무 멀어”

“주님은 결코 멀리 있지 않아요. 기도는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해요. 다시 시작해요. 기도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강해질 수 있어요”

이 처절하리만큼 아름다운 작품은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독일의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한 기독인 부인의 잔인한 이기심을 고발하면서 인간 내면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가난을 견디며 살아가는 인고의 신앙을 그리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첫째, 한 크리스천 부인의 맹목적인 탐욕의 실상을 보게 된다. 주위가 온통 폐허가 되었고 이웃들이 굶주림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몰지각한 기독부인은 비싼 과일 잼 병이 하나씩 늘어나는데서 유일한 기쁨을 얻고 있다. 인간의 탐욕 그 밑바닥같이 더러운 지하실에 잠들어 있는 3백 개의 과일잼 병. 그 부인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너무 많은 소유의 통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욕망의 질병이었다.

둘째, 그 추하고 가증한 손으로 교회 성구를 만지며 봉사한다고 휘젓고 다니는 프랑케 부인의 모습에서 또 다른 그리스도인의 정체를 본다. 물론 프랑케 부인은 병든 나사로가 기숙하던 부자보다는 선심을 베풀고 있다. 그러나 그 선심은 실상 자신의 알량한 신앙을 입증하기 위한 것일 뿐 진실로 그들의 가난과 고통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것은 자선이 아니고 자만과 허세였다. 위선은 언제나 이렇게 잔인한 것이다. 부자의 부엌에 세들어 살면서 그 부엌에서 배고픔에 울어야 하는 인생의 고뇌와 처절함을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독실한 기독인이라 하는 프랑케 부인의 위선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진정한 크리스천은 내 것 가지고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셋째, 그래도 기도를 잃지 않고 있는 케테라는 착한 크리스천이 있다. 그녀는 불평등의 원리를 들추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녀가 배고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기도가 인내의 훈련이라는 진리를 알고 있다. 그녀는 기도를 복을 터뜨리는 요술방망이쯤으로 아는 우리에게 기도의 의미를 음미하게 한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기도하길 권하며 기도에 희망이 있음을 피력한다. 그녀는 ‘크리스천은 기도 속에서 강해진다’고 했는데 그것이 곧 기도의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들도 기도를 다시 시작하고, 더 강해질 뿐 아니라 더 자애로운 크리스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