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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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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지난밤 속초에서 산불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처음 전해졌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산불을 잡기 어렵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전해지는 소식은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면서 재난이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자정이 되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피할 것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왔다.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해가 진 다음에 발화되었기 때문에 진화장비를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때마침 부는 강한 바람을 따라 불길은 걷잡을 수 없게 번져갔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불길을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불길에 한 사람이 희생을 당했다고 한다. 부상자들도 꽤 여러 명이 발생했다. 일반 농가주택과 아파트, 복지시설, 극동방송(영동지국)도 불길이 삼켰다고 전해진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이 돼서야 진화장비를 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하룻밤 사이에 불길이 지나간 곳은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정부에서는 특별재난지구로 지정해서 피해지역을 살피겠다고 발표를 했다. 그만큼 피해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해서 짧은 시간에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불길이 잡혔다. 잔불을 완전히 진화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하룻밤의 피해치고는 너무나 큰 피해인지라 절망스럽다. 손을 쓸 수조차 없는 순간에 들이닥친 불길은 빈손으로 도망치는 것마저 녹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순간에 잿더미가 된 삶의 터전을 바라보면 할 말을 잃게 한다. 평생을 일군 것을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현장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TV화면으로 전해지는 산불피해현장은 어디 다른 나라와 같은 느낌이다. 처참한 현장, 집에서 기르던 가축이나 반려동물들도 불길을 피하지 못한 것은 주검으로 남겨졌고, 겨우 생명은 건졌지만 화상을 입은 몰골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아픔을 더했다. 지난밤에도 있었던 집이 전소되어 무너진 채 그 형체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은 할 말을 잃고 멍 하니 서 있을 뿐이다. 도로를 달리던 버스도 불길을 피하지 못해 전소되어 앙상한 뼈대만 남겨진 채 버려져있는 모습은 어떤 말도 못하게 한다.

산불은 평생을 일군 것을 한 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잿더미와 혹 타다가 남은 숯덩이 뿐이다. 평생을 일군 것일지라도 그것이 불타는 것은 단 몇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순간에 모두 불에 타버렸다. 남은 것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소실되고 말았다. 그것을 일구기 위해서 평생의 시간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시간까지 합산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이련만 불에 타는 것은 결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해마다 봄철이면 주의를 기울이기 되는 것이 산불이지만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화마가 지나간 자연도 다르지 않다. 불에 탄 숲이 완전히 다시 복원되기 까지는 최소한 3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그 숲에 깃들어 살던 생명들이 다시 돌아와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 까지는 15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불태워진 흙이 다시 생명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100년이 걸린다는 학자들의 견해다. 어디 그뿐인가? 2차 피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숲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임산물은 물론이고, 타고남은 재가 빗물과 함께 바다로 유입되면 이번엔 바다의 생명들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결국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하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바다가 다시 원상태를 회복하려면 또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그 자연이 베풀어주던 혜택도 그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주어질 것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완전히 회복하기 까지는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산불이 주는 충격과 손해는 계산하기 힘들 만큼 크다.

지난 하룻밤 사이에 산불이 준 피해가 이렇듯 엄청난 것이라면 인간이 손으로 일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지.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시인할 수밖에 없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또한 인간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늘 책임을 질 것처럼 하는 언행은 하룻밤의 산불 앞에서 얼마나 가당찮은 것인지를 고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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