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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청년 장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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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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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옥 목사

 

편의점에서 일어난 일이다.

“손님, 어떤 빵을 찾고 계십니까?”

벌써 20분 째 빵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청년에게 편의점 주인은 참다못해 말을 했다. 그러자 청년은 ‘유통기한을 봤어요. 혹시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 있지 않나 해서...’ 라며 얼버무렸습니다. 주인은 “몇 개는 유통기한이 오늘까지지만 안심하고 드셔도 좋을 빵만 있습니다.”

청년은 언뜻 보기에도 지저분했다. 하지만 주인아저씨는 그런 청년을 내쫓지 않았다. 자정 무렵이 되자 청년은 조심스레 빵 하나를 집어 진열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시계가 열두시를 막 넘어서는 순간 그는 기다렸다는 듯, 그 빵을 집어 들고 황급히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러나 힘이 없는지 얼마 못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데 청년의 어깨위로 잠시 후 누군가의 손이 다가왔다. 돌아보니 놀랍게도 편의점 아저씨였다. 당황한 청년은 들고 있던 빵을 서둘러 내밀면서 “용서해 주십시오.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 훔쳤습니다. 이 빵은 자정이 넘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것 이예요.”

그러자 편의점 주인은 따뜻한 우유를 건네주며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없으니, 이제 천천히 빵을 들게나”

마치 장발장의 한 장면 즉, 미리엘 주교와 은촛대를 훔쳐 간 장발장과 만나는 의미 있는 장면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한 심리학자는 인간에 대해 “첫째는 받는 단계, 두 번째는 소유하는 단계, 셋째는 주는 단계가 있다”라 했다.

사람이라면 물질이나 지식, 권력 등을 받았으면 또 나누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러운 순환을 과일이나 곡식의 생육에 비유하기도 한다. 땅에 씨를 심는 단계, 자라는 단계, 열매를 맺어 주인을 기쁘게 하는 단계가 그것이다. 또 편의점 주인을 통해서, 성숙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어떤 면에서 볼 때 그 사람이 복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질문을 곱씹게 했다는 점이다.

과연 무엇이 진정 복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첫 단계 복은 ‘TO HAVE' 즉, 많은 것을 소유하면 그것이 복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TO BE' 즉, 어떤 자리나 위치에 올라간 사람이 되면 그것 또한 복이라 한다. 그래서 저마다 높아지고 VIP로 대접 받으려 한다. 셋째는 ‘TO SHOW' 즉,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어떤 자랑거리이다. 그것은 얼굴이나 재능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돈, 권력, 명예, 인기를 누리면 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복은 그 세 가지 단계를 넘어서 있다. 그것은 ’TO GIVE' 즉, 나눔과 베풂에 있다. 어려서는 세뱃돈 받을 때가 그렇게 기뻤지만 어른이 돼서는 세뱃돈을 주면서 기뻐한다.

장발장은 은촛대 때문에 다시 감옥에 갈 것이 뻔한데, 미리엘 주교의 ‘TO GIVE' 즉 나눔과 베풂이 묻어난 사랑의 품속에서 인생이 완전히 180도 달라진다. 그는 이제 사랑을 받은 만큼 사랑을 베풀며 살면서 비로소 사람다운 따스한 대접과 정겨운 인정을 느끼며 보람 있게 살아가게 된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베풂과 나눔의 삶을 살려고 힘쓰고 애쓰다 죽는다. 톨스토이의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도 편의점 주인과 같이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베풂이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은 내가 소유할 때 기쁨보다 훨씬 더 깊은 것이다. 그것이 아픈 자와 함께 나누는 사랑의 기쁨이요, 선물을 주는 자의 기쁨이요, 음식을 만드는 엄마의 기쁨이며 제자들의 변화와 성숙을 바라보는 스승의 기쁨인 것이다. 한 청년에게 빵은 선물 이상, 생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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