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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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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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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독립서점,’ 낯이 설은 단어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점을 말하는 것은 분명한데, 어떤 서점을 말하는 것인지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에 수백 곳에 달하는 독립서점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서점이라고 하면 이내 떠오르는 것이 장르별로 많은 책을 정리해 놓은 서가가 있는 공간을 연상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요즘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온라인서점도 성업중이니 그것은 이해가 되는데 ‘독립서점’이라는 말은 분명 낯이 설다. 결과적으로 앞으로는 온라인서점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것 같은데 독립서점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

‘독립서점’이라는 말은 아직까지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신조어다. 그럼에도 이미 이 말은 통용되고 있는데, 굳이 표현하자고 하면 “거대 자본이 있는 회사나 큰 유통에 의지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꾸며진 작은 서점”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독립서점에는 많은 책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장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 선별한 극히 적은 수의 책만을 판매하는 서점이다. 따라서 서적을 진열할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십 권 정도의 책만을 진열한 서점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굳이 도심의 번화가일 필요도 없다. 도심이라면 골목길 깊숙한 곳이나 외진 농촌 마을, 그도 아니면 아예 심심산골에도 서점이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서점을 찾아간다. 바쁜 일상에서 온라인서점을 이용하는 것이 대세인데 굳이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먼 길이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곳까지 찾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단순히 책을 구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서점을 찾아가는 길과 그 과정을 통해서 만족감을 얻고자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주인장과의 만남, 그 중에서도 책을 주제로 해서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매력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인장과 함께 차나 커피 한잔을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기 일쑤다. 카페를 겸하거나 민박, 독서모임, 글짓기 모임, 각종 취미를 나누는 공간으로도 오픈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네 사랑방, 오가는 아이들의 머무는 장소로도 열려있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주인장의 뚜렷한 의식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서점을 찾아보아도 그것은 주인장이 양보하지 않는다. 또한 단지 얼마를 벌겠다는 목적이 전제되어있지 않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독립서점’을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돈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독립서점을 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많은 돈을 벌겠다고 생각했다면, 이미 그 서점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외국에서도 독립서점의 열풍이 분다는 소식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엄청나게 쏟아지는 책들 가운데 자신이 읽어야 할, 그리고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일일이 찾는 것도 어렵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록 다른 사람에 의한 선택일지라도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장들이 일차로 선별해주는 것들 가운데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면, 조금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성행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한 편으로는 단지 책을 구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문화 소비적 차원의 시간을 활용해서 쉼을 얻으면서 동시에 자기만족의 방편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독립서점들마다 주인장만의 특별한 의식과 취향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비록 비좁고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을 찾아 그 공간에 있음을 기뻐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아마도 골목길을 걷게 하는 것이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지방이나 시골 마을, 나아가 깊은 산골까지도 기꺼이 찾아가는 것이 아닐지?

일반서점들은 거의 고사 직전이고, 거대자본을 앞세운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들만이 돈을 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독립서점들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고 기쁘다. 그런데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장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추천되는 책들 역시 일반 인문학이나 자연, 여행, 시와 같은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다. 왜 그리그도인들 가운데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적을까?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많은 독립서점들을 통해서 전달되고 있는 책들은 훗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떠한 결과가 주어질지 ...? 어떤 면에서는 긍정할 수 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또한 그리스도인 소비자들은 없는 것일까?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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