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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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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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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오월을 상징하는 표현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일반적으로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을 꼽게 된다. 그만큼 활동하기도 좋고, 대지의 생명들이 피워내는 기운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오월을 굳이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은 왜일까? 오월만 가정을 생각하자는 것도 아닐 것인데 말이다. 날을 정해서 기념하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하자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기념하는 날을 정할 때의 선한 목적과 취지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러한 경우는 차라리 그 날이 없었더라면 나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클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스승의 날이 대표적인 것이 아닐지. 처음 스승의 날을 만들 때는 스승의 가르침과 은혜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해서든지 담아서 표하고 싶었던 순수하고 진심어린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소위 김영란법이 만들어질 만큼 순수함은 없어졌고, 그 날을 기억하는 것조차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고 말았으니 서로가 부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차라리 그 날을 없애자는 청원까지 등장했다니 할 말이 없다.

그렇게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오월에 접어들면서 전해지는 소식은 아프고, 무겁고, 어둡게 만드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도 눈과 마음을 모두 사로잡는 것은 12살 날 아이를 부모가 살해했다는 소식이다. 그 과정이나 내용은 입에 담고 싶지 않다. 그냥 사실로만 이야기하는 것도 버겁기 때문이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악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비록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우리 모두도 어떤 의미에서 잠재적으로 그들과 다르지 않은 존재가 아닐지를 생각하게 한다.

단지 당사자를 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또한 나는 당사자가 아니니까 괜찮다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악은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본성을 숨긴 채 겉으로는 아닌 것처럼, 아니 의로운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인정한다면, 우리 자신은 어떻게 그 악한 본성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을 것인지를 깨달아야 하고, 그 안에 자신이 있도록 만드는 일도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존재의 우월성과 존엄성을 말한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사건을 접하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인간은 결코 우월하지도, 존엄하지도 않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그렇게 존엄함을 말하는 인간이 행하는 것을 보면 존엄함을 인정받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엄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참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철저하게 부정할 수 있는 인간, 다른 사람을 자신과 같이 존중할 수 있는 인간, 다른 사람이 처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 자신이 처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인간,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지켜봐주면서 격려할 수 있는 인간,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도움의 대상으로 긍휼히 여길 수 있는 인간. 그런 인간이 함께하는 이웃에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반면에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이웃이 될 수 있다면, 그와 함께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힘없는 어린 생명을 죽이는 인간, 자신을 위해서 자신이 낳은 어린 생명을 모른 척하거나 살해에 동참하는 인간, 성과 나이를 떠나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모습일 것이다. 오월에 접어들면서 전해지는 소식은 가정의 달이라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째서 이렇게 잔인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사건은 역사가 기록되는, 즉 유사 이래로 결코 없었던 적이 없다. 사회와 가족 공동체에 가치를 두었던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철저하게 개인과 자신에게 가치를 두고 살아가려는 가치관의 변화가 인간에게 잠재해 있던 악한 본능이 드러나게 하고, 통제되지 않는 악한 본성이 자신을 지배하게 됨으로 동반되는 사건이고 현상이 아닐까? 전해진 사건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러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해본다면 지금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날마다 자기를 하나님 앞에서 부정하는 것이고, 자신의 본성에 숨겨있는 악을 철저하게 고백하는 것이며,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다시 회복하도록 하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그 수고는 자기 안에 하나님의 형상을 담는 것이다. 자신을 포함한 부끄러운 현실과 자신의 모습을 극복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수고와 함께 하나님의 형상을 자기 안에 담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 허락받은 평화와 행복은 결코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면, 오월은 변함이 없이 계절의 여왕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신록의 아름다움은 눈이 부시고, 싱그러움은 깊은 삼림의 바다로 들어오라고 부른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이 철을 따라서 생명의 신비를 드러내는 신록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생명들에게 쉼의 여유를 가지라 한다. 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욕구만 채우려 하니 어디도 쉼과 여유, 배려와 이해, 감사와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여백이 보이지 않는다.

이 계절 다가기 전에 그냥 따지지 말고, 네가 있어, 그리고 우리가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너’와 ‘가족’과 ‘이웃’이기를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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