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의 원리에 있어서 근본은 하나님과 그분의 영원한 ‘뜻’이다. 모든 것의 의미가 하나님의 ‘뜻’에 의한 것이고,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도 그 ‘뜻’을 드러내는 것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고백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구원에 대한 관심 내지는 구원을 위한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인간을 중심으로 하게 되면 본래의 의미와는 달라지게 된다. 왜냐하면 믿음과 구원까지도 하나님의 영원하신 뜻을 드러내는 과정이고, 구현하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뜻은 단지 인간을 구원하시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신 인간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게 함으로써 영광을 받으시는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철저하게 자기중심의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는 주인공으로서 사는 존재임에도 하나님조차 자기의 뜻과 필요에 따라서 판단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 결과는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범주로 가져와서 적용하고 판단한다. 결국 신앙하는 목적과 구원까지도 철저하게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그 다음의 결과는 기독교 신앙조차도 이기적인 것이 되고 만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의 가치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신앙이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 자신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신앙과 그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구원이나 복까지도 철저하게 인간 자기중심에서 생각한다. 그래서 신앙의 목적, 구원의 목적이 모두 자기를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런데 만일 기독교 신앙도 신앙하는 목적, 구원의 목적이 자기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기독교도 수도(修道)하는 종교들의 기복적, 주술적인 방법을 통한 신앙을 말하는 경우와 다르지 않은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기독교의 신앙은 근본이 다르다. 구원까지도 단지 인간 자기에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구원은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것이며, 인간은 그것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구원은 인간을 위한 것이 분명하지만 인간과 구원까지도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드러내는 주인공으로서, 그것을 이루기 위한 궁극적인 과정을 허락받은 것을 구원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인간은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는 주인공으로서 피조물 가운데 유일한 존재라고 하는 위치와 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동참하는 기쁨을 허락받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다른 피조물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하나님의 영원한 ‘뜻’을 깨닫고 믿음으로 고백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신앙과 삶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 동반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기부정’이다. 기독교 신앙은 출발부터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의한 것이다. 신앙의 과정과 완성도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자기부정이라는 말은 단지 ‘비움’ 정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비운다’는 말은 여전히 자기가 존재하는 것이고, 자기 주도적이며, 언제든지 자신에 의해서 다시 채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자기부정’이란 오직 하나님 안에 자신의 존재의미가 있음을 시인하고, 또한 삶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은혜 안에서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는다면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은혜 안에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확인하고 있어야 하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기 정체성이다. 그것을 확인했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디에 있든 자신은 없는 것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가치와 목적은 하나님의 뜻과 일치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이 세상에서 선택해야 하는 궁극적인 가치이며 목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을 위한 ‘수단’ 혹은 ‘방법’이라는 정도로 신앙을 이해하고 있고, 그러한 수준에서 자신을 기독교 신자라고 확인하고 있다고 하면, 그것은 지극히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기독교 신앙이 아닐 수도 있다. 기독교 신앙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동의하고, 그 뜻을 기뻐하며, 그 뜻을 이루기 위한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신앙은 단지 자신을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어서는 안 된다. 성경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철저하게 자신을 부정하고 오직 하나님의 뜻이 자기 안에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게 하신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은 진리를 깨닫는 것과 비례해서 철저하게 자기를 부정함으로 오직 하나님의 뜻과 영광이 드러나게 하는 삶이다.

<대신총회신학연구원 원장/ 어진내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