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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花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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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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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전 교수 이종전 교수

온 세상이 우한폐렴 때문에 공포에 휩싸인 채 방황하고 있다. 지역이나 인종, 선진국과 후진국 관계없이 지구에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 모두 우한폐렴이 공포의 대상이 된 상태이다. 전해지는 소식은 암흑에 싸여 어디로 갈지도 모른 채 두려움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방책을 찾지 못했으니 그저 시간이 답이라는 듯이 고통의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

개발된 약품은 없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이것은 인간의 과학기술의 능력에 의한 대처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특성상 인간을 매체로 해서 확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스스로 숙주역할을 하지 말자는 소극적인 처방인 셈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확실한 대처는 없다. 중각숙주를 제거함으로 바이러스를 고사시키고 확산도 막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이 짧은 기간일지라도 고립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도 어려움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어렵기도 하다.

이러한 방책까지도 온 세상이 허둥대는 모습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최고의 기술과 의학적 능력과 자본을 갖고 있다고 하는 나라들조차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허둥거리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 급기야 세계 <G20 국가>의 정상들이 화상회의까지 했다. 전 세계가 직면한 두려움과 경제적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 머리를 맞댄 것이다. 아직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정상들이 만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어떻든 뭔가 대안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뜻을 같이 한 모양이다.

한편 전 세계로부터 전해지는 소식은 감춰져있던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 드러나고 있다.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애꿎게 인종차별을 한다는 소식이다. 못난 인간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추악한 모습이다. 바이러스가 피부의 색깔에 따라서 다르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 책임을 인종차별로 드러내는 것은 정말 못난 모습이다. 혹은 오염지역 사람이라고 차별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역사상 실제로 바이러스를 옮겨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 것은 유럽의 백인들이 중남미를 정복하면서 옮겨간 독감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자기만 살겠다는 심정으로 국경을 전면적으로 폐쇄하는 일이다. 외부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동반되는 문제는 인적 물적 교류가 불가능해지면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것인데, 이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당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엄청난 피해가 지구 전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기존의 경제적 구조가 무너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또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가는 것은 현상은 <사재기>하는 일이다. 이 역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지. 평소에 가장 신사인 것처럼 점잔을 떨던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결코 다르지 않다. 미국을 비롯해서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소위 스스로 선진국이라고 자만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폐렴의 창궐과 함께 그들 나라로부터 전해오는 소식은 감춰진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다. 마켓에 생필품이 없다. 토픽에 올려 진 사진들은 아무 것도 살 수 없는 노인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전해지는 표정은 모두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겨진다. 올 봄은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문제일 뿐이다. 봄을 전하는 화신은 어김이 없고, 모양도 다르지 않다. 양지바른 곳은 물론 이젠 제법 수줍어하는 모습도 벗어버린 채 봄이라고 전한다. 지나는 길에는 개나리가 한참이다. 벌써 벚나무는 만개한 채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구의 인간들은 모두 공포에 싸여서 침묵한 채 전해지는 화신에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당장 필요한 마스크를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또한 비즈니스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른 채 절망에 빠진 상태다. 하여, 벌써 화신은 전해졌건만 인간은 화답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행여 봄맞이를 해야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결국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된다.

사람들은 잔인한 봄이라고 하든 말든 봄의 전령들은 2020년의 봄을 전하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 같다. 수선화는 벌써 지고 있으니 언제 봄이 왔었나 하는 심정으로 시들어가는 자태를 보게 된다. 계절과 함께 봄을 전하고 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작은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제 잘났다고 으스대는 인간의 꼴을 보면서도 녀석들은 조소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만 충실 할 뿐이다. 금년 봄처럼 일상이 귀하고 고마운 것임을 깨닫게 하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대신총회신학연구원 원장/ 어진내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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