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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예화 | 대신 당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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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귀호 목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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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을 담당하는 한 의사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살면서 좋지 않은 일을 너무나 많이 겪게 됩니다! 이런 일에 종사하다보면 종종 이런 의문을 갖게 되죠.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러다 어느 날 그 답을 알게 되었죠.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인간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편이 옳겠군요.

몇 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예정대로 잘 달리던 기차가 그만 설로를 벗어나는 사고를 당했는데 그때 세 번째 객차가 선로에서 벗어나 경사진 곳으로 떨어지면서 네 번째 객차 까지도 끌고 들어간 겁니다. 객차는 완전히 찌그러졌죠. 정말 처참했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그날따라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네 번째 객차에 있던 몇몇 손님들은 가볍게 상처만 입었는데 문제는 세 번째 객차였어요. 폐허 그 자체였거든요. 세 번째 객차에는 남자 한 명과 젊은 부인 한 명 그리고 아기가 타고 있었는데 충돌 때의 반동으로 아기는 앞으로 튕겨나가 남자의 객실 쪽에 내동댕이쳐졌죠. 사건 현장으로 급히 달려간 우리는 의식 불명의 아기 엄마를 재빨리 구해낼 수가 있었어요.

하지만 남자는 선로가 완전히 부서진 탓에 나무와 철더미에 깔려 있었고 그 남자의 어깨를 누르는 강철이 너무 무거위서 장비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옮길 수가 없었죠. 그 남자도 자기를 내리누르는 짐더미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어요. 아기는 그 남자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친 곳 하나 없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었거든요. 겨우 18개월이나 됐을까.... 더구나 굴은 전신이 아기의 왼쪽 발에 감겨있었기 때문에 기지도 못했죠. 아마 짐작컨대 그 남자는 생각했을 거예요. ‘내가 움직이면 철근 더미가 아기 머리 위로 쏟아질거야. 이러나 저러나 결국 아기는 죽게 될꺼야. 그러니 내가 살려면 오직 이 철근 더미 아래를 잘 빠져나가 기어가는 수밖에 없어. 아냐, 안돼! 그러면 아기는 죽겠지. 철근 더미가 틀림없이 아기에게 떨어져 아기를 눌러 죽이고 말거야’라고 말이죠.

우리가 사고 대책반에 연락해서 필요한 장비와 지원 인원이 도착하기까지는 정확히 52분이 걸렸어요. 서둘러 작업을 시작한 우리는 처음에 아기를 발견했죠. 우리를 보고 방긋 웃더군요. 우리는 아기 다리에 묶여있던 전선을 풀고는 비스듬히 누워있는 철근 더미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아기를 꺼냈어요. 그 다음에 남자에게 다가가자 구조 책임자가 나에게 소리를 치더군요. ‘저것 좀 보세요!’라고요. 몸을 구부리고 철근 더미를 어깨에 지고 있던 그 남자는 죽어 있었어요. 그 남자는 다리를 한껏 몸에 붙이고는 팔꿈치와 무릎으로 철근 더미를 받치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철근이 넘어지지 않았던 거죠. 지원 인원 중 몇몇 사람이 무거운 철근더미를 그의 어깨에서 들어올렸을 때에도 그 남자는 뻣뻣하게 굳어 그 모습 그대로 있었어요. 우리는 그의 죽음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죠.

나 같은 의사들은 종종 인간의 의지적인 노력들이 해내는 놀라운 회복 상태를 보긴 했지만, 이처럼 죽음을 초월하는 엄청난 의지력은 처음 경험했거든요. 난 정말 감동했죠.

거기에 있던 다른 많은 구조대원들도 그 남자를 보고 감동받은 눈치였어요.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철근에 깊게 패여 피투성이의 어깨를 한 죽은 그 남자를 바라보았죠. 이 남자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 결국 죽음을 극복한 거예요. 난 오히려 그의 숭고한 행동이 그를 살려냈다고 생각해요. 그 남자를 통해 우리 모두는 희망을 갖게 되었죠. ‘죽음이 결코 끝은 아니다’라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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