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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샘|김치뿐인 도시락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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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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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계명대학교 총장이셨던 김태한 장로님의 글을 일부 인용한 것입니다.

1970년대에 경북 경산시 하양읍 소재의 복음동산을 개간하고 많은 나무를 심을 때 동리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일을 하였다. 우거진 잡목을 베어내고 땅을 파고 고르고 가파른 지형은 깎아 계단을 만들고 우물도 깊이 파고 물을 가두어 둘 못도 만들었다. 그리고는 유실수를 많이 심었다. 동리 사람들은 너도나도 서로 다투면서 일하러 왔었다. 나는 방학과 토요일과 휴일을 이용하면서 시간 나는 대로 동산 가꾸기에 전심전력을 쏟았다.

당시 나는 어떻게든 푸르고 아름답고 쾌적한 동산으로 가꾸고자 수지 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아낌없이 투자하였다. 그 때 투자에 비하여 일의 진척은 매우 부진하였다. 그래서 나는 농사짓는 마을 사람들의 일하는 자세를 면밀히 살펴보니 내 마음에 전연 들지 않았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노동의 시작 시간, 쉬는 시간, 마치는 시간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였다. 나는 각자의 일하는 능률을 나름대로 평가하였다. 이로 인하여 만만디하게 일하는 습관에 젖은 마을 사람에게는 새로운 노동 분위기에 중압감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내 뜻 내 주장대로 안 되면 매우 못 마땅히 생각하였다. 출근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다음날 일을 주지 않을 테니 아예 나오지 말라고 엄명하였다. 그 때 내 생각에는 우리 산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노동 개념과 생산성을 연계하는 방법을 똑똑히 가르쳐 주겠다는 계산도 마음속에 깔려 있었다. 나는 노동 현장에서 솔선하여 일꾼들과 같이 일을 하였다. 내가 자기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그들은 자기들을 감독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나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주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인이 있든지 없든지 자기 일은 알아서 열심히 해야 된다고 자주 강조하였다. 내가 그들과 같이 일하는 날에는 생산 효과도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 왔었다. 일꾼들은 다소 고단하고 힘이 들었을 것이다. 이날에는 나는 매우 만족하였다. 그 때 나는 일꾼들에게 매우 정당하고 합법적인 대우를 하였고 누구도 흠잡을 수 없다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서 동리 사람들은 “법을 따지는 장로”, “일을 많이 시키는 장로”, “일에 욕심 부리는 장로”등 별명이 붙은 장로가 되었고, 동리 사람들의 비위에 거슬린 사람이 되었다. 이와 같은 비판의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나는 정당하게 일을 시키고 노임도 다른 곳보다 더 많이 지불하였는데 내 잘못이 무엇이냐고 한때 격분도 하였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교만한 마음과 지나친 욕심 그리고 고집을 자제하지 못한 것이 문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당시 내가 절실히 느낀 것은 “나는 내 일만 생각하였다”, “내 욕심대로 했다”, “나는 더불어 살면서 도와주고 나눠 주고 섬기는 일에 너무 무관심하였다”는 것이었다. 남의 사정을 생각지 않고 나의 일만 생각하였다. 그들의 점심 도시락에는 영양가 있는 고기반찬은 전연 없었고 김치뿐이었다. 이런 음식을 먹고 어찌 땅을 파는 중노동을 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미덕을 망각하고 내 입장에서 남을 판단하였던 것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내가 고기 먹어 힘이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김치밖에 먹지 못해 힘없는 일꾼들을 게으르다 나무라며 핀잔을 주며 화를 내는 것이 인간의 연약함과 이기심이다. 자기 자신을 유일한 판단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준에서는 언제나 자신은 의인의 자리에 앉게 되고 남들은 죄인으로 심판받게 된다. 남의 도시락 반찬이 영양가 없는 김치뿐이었음을 알게 되기까지는 우리가 하는 일들이 참으로 올바르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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