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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선교이야기|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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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우선교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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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한국엔 하늘하늘 코스모스가 피어 길가와 들판을 수놓고 지나는 사람들의 눈에 아치를 그리고, 추억 속에 빠져들게 하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저는 특히 코스모스를 좋아합니다. 세련되거나 화려하지도 않고 고고하게 보이지도 않는 그냥 들판에 피어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가을을 부르는 꽃, 공들여 가꾸지 않아도 그럭저럭 피어나고, 화분에 옮겨 심을 필요도 없고, 그저 길가에 무더기로 모여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푸근케 해주는 꽃, 꺾어서 꽃병에 꽂아놓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들판에 두고 싶은 그런 꽃입니다.

청소년기에는 코스모스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코스모스 씨를 받아다 내게 했는데, 제가 받은 것이 편지봉투에 꽉 차지 않았다고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불러내셨습니다. 마침 대학4년생인 예쁜 여자교생선생님이 우리 반에 배정되셔서 아침조례와 종례시간에 참석하셨는데, 담임선생님이 플라스틱 슬리퍼를 벗어서 뒷꿈치 부분으로 뺨을 몇 대 때리셨습니다. 자리에 들어가 앉았는데, 마침 측은한 눈빛으로 보시던 교생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맞을 땐 괜찮았는데, 교생선생님과 눈이 마주치자 억울해서 갑자기 눈물이 나고 말았습니다. 코스모스를 볼 때면 지금도 가끔씩은 그 교생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제가 코스모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경기도 광주의 한 교회에 교육전도사로 사역하면서 그 해 가을에 버스로 하남 집에서 교회를 오가는 길에 피어있던 코스모스를 보고 다녔던 데서부터였습니다. 어느 주일 아침,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며 가다가 창 밖에 코스모스가 가득 눈에 들어왔는데, 평소 다니던 길에 코스모스가 그렇게 많은 줄을 처음 보았습니다. 한 순간 시선이 코스모스에 꽂혀서 거의 교회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코스모스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질 때까지 매 주 교회 가는 길에 그렇게 코스모스를 보면서 다녔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김상희씨의 ‘코스모스’라는 노래를 속으로 부르며 별로 있지도 않은 추억 같은 것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 이듬해 청년회지를 처음 내기로 했을 때, 저는 ‘코스모스처럼’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태국어 검정 시험 가운데 작문이 있는데, 그 때에도 ‘코스모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 코스모스를 치앙마이에서 처음 보았을 때, 저는 그만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날씨가 제법 선선해진 어느 날, 치앙마이 온천 공원에 갔는데, 거기 화단에 분홍색, 하얀색, 붉은색 코스모스가 화단 가운데 한 무더기 피어있는 것을 보았을 때의 제 마음은 꼭 잃었던 옛 애인을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후로 가끔씩 카메라를 들고 온천공원엘 갑니다. 가서 코스모스를 보고, 몇 점씩 사진을 찍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모릅니다.
외국에 살면서 마음이 답답하고 쓸쓸해질 때 가끔씩은 코스모스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그 속에 옛 추억이 묻어납니다. 교회 가던 길이 보이고, 가르쳤던 제자들이 생각납니다. 훗날 천국에서 저들과 만나 지난 이야기, 선교사로 지낼 때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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