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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과 태국인의 생각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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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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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팻’에게서 전화가 왔다. 팻은 필자가 수양딸을 삼은 아이로 대학공부 4년을 마치고 치앙마이에서 차로 대여섯 시간 걸리는 ‘난’이라는 곳에서 교생실습을 하고 있다. ‘팻’은 밝은 목소리로 ‘포’(아빠)라고 부르며 보고 싶어서 전화했노라고 한다. 필자는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태국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필자를 역시 ‘포’라고 칭하며 “포도 팻을 보고싶다.”고 짐짓 어른 흉내를 내어 말한다. 그냥 ‘나’로 호칭하면 될 것을 태국 사람들처럼 항상 자기의 높은 신분을 지칭하는 호칭을 사용하여 말하는 것이 필자에겐 익숙하지가 않다.
태국 목회자들은 교인들에게 말할 때 스스로를 ‘아짠’(목사 혹은 전도사라는 뜻)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말에도 그런 어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어린 자식에게 말할 때나 혹은 아주 공적인 석상에서 의미를 두고 말할 때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이어서 평소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자신을 스스로 높이는 것 같아 쑥스러워지는 것이다.

전에는 태국인들의 호칭에 대해 헷갈리고 오해할 때가 있었다. 우리 도이따우 교회의 장로님은 연세가 80에 가까우시다. 그의 부인인 또이 전도사는 그보다 20살 아래. 그래서 또이 전도사는 남편에게 아직도 ‘쿤 아’(쿤은 높임말, ‘아’는 손 아래 삼촌)라고 부른다. 또이 전도사님이 부르는 그 호칭을 따라서 교인 모두가 ‘쿤 아’라고 부른다. 나이가 적건 많건 장로님의 호칭이 그냥 ‘아’이다. 필자도 가끔 그를 ‘쿤 아’로 부른다.

또 제미 전도사의 6살 난 큰 딸 ‘카나’(가나안을 줄여서...)는 자기 동생 ‘싼나’(호산나)에 게 자기를 꼭꼭 ‘피’(언니, 누나, 오빠, 형)라고 칭한다. 그리고 그 호칭을 따라서 어른들도 가끔씩 ‘카나’를 ‘피 카나’(가나 언니)라고 부른다. 필자를 처음 만난 태국 교인들 가운데, 필자에게 자기 스스로를 ‘피’라고 호칭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말로 하면 목사에게 “누님(혹은 형)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것이다. “스스로를 윗사람으로 자칭하다니...” 생각하며 기분이 달갑지가 않았다. 그런 이들 가운데 실제로는 필자보다 나이 적은 사람이 아주 많았다. 필자가 젊게 보이는 게 이유겠지만, 어쨌든 속으로 우습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다.

‘피’(언니)나 ‘농’(동생)이란 호칭은 때로는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다. 때로는 5-60대 어른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자신을 ‘피’로 부르고 아이들을 ‘농’이라 부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어서 필자도 아이들을 늘 ‘농’(아우들)이라고 부른다. 필자로서는 그 호칭이 아이들을 높이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낮춰서 편하게 부를 때 ‘누’(쥐)라고 부르는 것. 또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어른들에게 자신을 또한 ‘누’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그들을 ‘피’라고 부를 때도 그들은 자주 자기들을 ‘누’라고 칭한다. 스스로를 ‘쥐새끼’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스스로는 높이거나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는 그런 문화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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