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칼럼 분류

술 권하는 사회

작성자 정보

  • 연합기독뉴스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일제 시대 소설가 현진건이 쓴 작품 가운데 ‘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이 있는데 우리 사회가 똑같이 되어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성인 남성의 음주율은 2005년 72.5%에서 2008년에는 82.6%로,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도 35.1%에서 60.6%로 각각 높아졌다.
통계를 살펴볼 때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 남성 대부분이 일상적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성 음주율 또한 응답의 보수성을 감안하면 훨씬 높을 것이다. 1회 평균 음주량이 소주 1병(여성은 5잔)을 넘어서는 ‘고도위험 음주자’가 인구의 26.1%에 이른다. 술의 해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많은 폐해를 가져다주고 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간에 흡수되면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해 축적되고, 이는 알코올성 지방간, 간경화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혈압, 허혈성 뇌졸중 등 30개 질환을 음주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울증, 자살,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의 정신적 질병과 상해도 포함된다. 세계적으로 인간의 사망과 불능에 이르는 사유로 음주가 3.5%로 흡연 2.7%보다 높게 나왔다.
저녁이 되면 골목 어귀에서 음주 측정기를 들이대는데 ‘저는 목사입니다’라고 말해보라. 전경들 어느 누구하나 ‘예. 그냥 가십시요’라고 하는가? 필경 ‘그래도 불어주세요’라고 매정하게 대답하는 형편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성직자의 음주관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이 정도라면 교회는 물론 우리사회의 음주풍토가 어디쯤 와 있는 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석학 모 교수가 서울대학교에서 몇 년 근무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교수 사회의 분위기를 개탄하면서 “외국교수들은 연구가 주된 대화인데 우리나라 교수들은 모였다하면 정치와 술로 일관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교수 사회가 이 지경이고 보면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겠다.
음주는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음주로 인한 직접적 질환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가 2009년 현재 1688억원에 이른다. 2005년 866억원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WHO 기준 30개 질환의 총 진료비 역시 같은 기간 3조2127억원에서 2009년 6조1226억원으로 증가했다.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무려 20조99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9%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가장 쉬운 대책이 술에도 담배처럼 건강증진 부담금을 신설해 치료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동등원칙에 서야 존속된다.
오늘 우리나라 여성들과 젊은 층의 심리처럼 아이는 낳지 않고 훗날 노인보험 수혜를 받으려는 심사나 개인이 술을 마시고 사고를 내고 또 건강상문제가 생겨 보험혜택을 과다하게 받는다면 금주하고 건전하게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 너무 불공평한 처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술 마시는 풍조를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여기서 일차적으로 규제돼야 할 것이 술 광고다. 각종 술 광고가 TV에 수없이 이어지고 청소년이 쉽게 접근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버젓이 술 광고를 하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을까? 다시 찬송가 속에 금주가를 삽입해 불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최근글


인기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