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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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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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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2개월 반을 함께 지내던 어머님과 며느리와 손녀 예지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러나 한편 돌이켜 보면 두달 반의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달 반이 별 것 아닌 시간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어린 ‘예지’에게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예지’가 온 것은 태어난 지 3개월이 갓 지나서였다. 올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젗이나 먹고 누워있다가, 배고프면 우는 정도 밖에 할 줄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을 알아보고, 놀고, 뒤집고, 기고,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책을 보고, 좋은 지 싫은 지 자기 의사를 보이고 짜증도 내고, 큰소리로 웃곤 한다. 밤에 잠투정을 하면서 울어댈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참으며 놀아주고 때때로 우유를 먹여 재우기도 하는 등 아이와 지낸 시간이 꿈만 같다.

필자도 두 아이의 아버지로 아이들을 키웠는데, 그 때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그리 신기하게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그런데 ‘예지’가 자라는 모습은 어찌 그리 신기한 지... 아이가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배우며 새로운 행동을 할 때마다 그것이 그리도 대견하고,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나 자신을 보면서 한 편은 이것이 진짜 할아버지가 되는 모습인가 싶어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필자도 그렇지만 아내는 한층 더한 것 같다. 아내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예지’를 돌보았다. 늦은 밤까지 ‘예지’를 업고 젗을 먹여 재우는 일은 아내가 주로 하였다. ‘예지’도 밤에 잠들 때면 엄마의 젗을 달라고 보채거나 아니면 할머니 앞 가슴에 안겨 우유를 먹으면서 잠이 드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아내는 새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아기를 돌보았다. 틈만 나면 ‘예지’를 안아가서 지칠 때까지 놀아주고, 먹여서 재우는 등 일로 밖에 나가지 않는 시간에는 예지와 떨어지질 않았다. 증조할머니도 예지를 안고 싶고, 놀고 싶은데 아내가 워낙 열심히 아기를 볼보고 있으니 양보하시곤 한다. 그렇게 보낸 두달 반이 아내에게 어찌 짧은 시간이었으랴.

아내는 공항에 나가 예지를 떠나보내기 바로 전까지 잘 참고 있었다. 그러나 예지를 아기 엄마 품에 넘기고, 기도를 마치고 나서부터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안간힘을 다해 참고 있던 아내는 공항에서 차로 돌아오는 길에 드디어 눈물보를 터트렸다. 애써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내를 두고, 필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필자의 마음도 텅 빈 것 같고, 이렇게 허전한 데 아내는 오죽할까. 오래도록 아내의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필자는 아무 말없이 그저 아내의 무릎을 다독거리며 운전했다.

선교사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험을 해야할 때가 있겠지만 홀어머님과 자녀들과 떨어져 있으면서 방문이 쉽지 않은 선교사의 이별이 오늘은 좀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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