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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우, 미, 양,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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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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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가정불화로 아버지는 가출하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던 지모군(18세)은 지난 3월13일 오전11시 광진구 구의동 다세대주택 자신의 집 안방에서 낮잠을 자던 어머니 B(51세)를 부엌에 있던 흉기로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무려 8개월간 시신을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4일 지군을 존속 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조사 결과 지군은 지난 여름 더운 날씨에 어머니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하여 냄새가 심해지자 공업용 본드로 안방문틈을 밀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온 우등생이지만 어머니는 전국 1등을 강요하고 서울대학에 가야 한다며 잠도 재우지 않고 골프채로,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등 체벌을 가하였다. 그는 그런 어머니가 두려워 중학교 때 부터 성적을 위조해 왔는데 더 이상 속일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토익점수가 900점을 넘었고 구청장 표창까지 받을 정도로 반듯하게 자랐다. 부모님이 별거한 뒤에도 속 한번 썩이지 않았던 우등생이었다. 모범생 이었던 지군이 어찌하여 한순간 이런 살인자가 됐단 말인가?

전국 4000-5000등 점수를 무려 62-67등으로 만들어 어머니에게 주었다. 성적은 위조해 가져다 드려도 만족해하지 않으시고 어머니의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고 한다. 지난 3월 12일에도 지군은 어머니로부터 너무 의지가 약하다며 엎드려 뻗치는 얼차례를 받았고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로 엉덩이를 맞았고 의지가 강해져야 한다며 저녁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지군은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무려 10시간 동안 어머니의 체벌과 잔소리에 시달려야 했으며 그날 밤에도 수백대를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군은 다음날 학부모 총회라는 사실을 알고 총회에 참석한 어머니가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면 그동안 자신이 성적을 위조한 것이 발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불안해했다. 그래서 부엌에 있던 칼을 가지고 자고 있던 어머니 얼굴을 찔렀으며 당황한 어머니가 “네가 왜 이러냐”! “이러면 잘못된 삶을 사는 것이다”라고 저항했으나 이미 제정신이 아닌 아들은 말리던 어머니의 왼쪽 목을 한차례 더 찔렀고 숨이 끊어진 어머니를 남겨둔 채 안방문을 걸어 잠갔다. 선생님이 부모님을 찾을 때는 해외여행을 가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변명을 했고 앞으로 어머니와 따로 살기로 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별거중인 아버지가 매달 어머니 통장으로 송금하는 120만원을 가지고 생활했다. 놀라운 일은 범죄 이후에 학교에서 무척 밝은 모습이었고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라면을 끓여먹기도 하고 최근에는 여자친구까지 만났다고 한다. 평소에 어머니로부터 눌려 있다가 그 존재가 사라지자 슬퍼 하기는 커녕 해방감이 더 컸다고 하니.... 그런 엄청난 일을 만들었다는 것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1등은 해야 하고, 서울법대에 들어가야만 하는 학벌지상주의가 판치면서 1등만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1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쳤던 어느 개그맨의 독백처럼 1등이라는 악성바이러스를 더 이상 방치해야만 하는가.

옛날 선생님들은 성적표를 수,우,미,양,가로 평가 했다. 수(秀)는 빼어날 수로 매우 우수하다는 뜻이다. 우(優)는 우등생이라 쓸 때의 우로 넉넉하다는 말이다. 역시 우수하다는 말이니까 사실 수와 우는 큰 차이가 없다. 미(美)는 아름다울 미로 보기 좋고 괜찮다는 의미다. 양(良)은 양호하다는 양이다. 역시 뛰어나고 어질다는 의미이다. 5개 등급 중에 4번째인 양도 원래 좋은 뜻이고, 놀랍게도 마지막 가(可)는 가능하다 할 때의 가로 옳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결국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선생님의 사랑의 뜻을 담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고 가능하다는 표시를 한 것이다. 성적표에 모두 ‘양’을 받았는데 한 개를 ‘미’를 받은 아이에게 엄마는 한 과목에 너무 치우치지 말라고 격려했다고 하는 그 어머니의 마음이야말로 정말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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