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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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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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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 전부터 여러 사람이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감기의 원인은 하늘을 덮고 있는 뿌연 연기 때문이다. 매년 이 맘 때면 나타나는 이 현상 때문에 약 한 달 가까이 코감기가 떠나질 않고 있다. 올해는 특히 더 심한 것 같다.
산에 사는 화전민들은 건기가 되면 산에 난 잡초들과 낙엽들을 태워 밭을 일구지 않고 거름도 얻는 일석이조의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약 20여 년 전에 태국의 왕비가 자연을 잘 가꾸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화전이 얼마나 자연을 파괴하는 위험한 일인지에 대한 훈시가 있은 후 한 동안 줄어들었던 화전이 몇 년 전부터 다시 서서히 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태국 북부에 퍼진 하늘을 덮을 만큼의 연기는 미얀마에서 넘어온다고 한다. 국경 부근의 산에는 아직도 산족들이 많이 살고 있고 태국만큼 통제가 되질 않는 미얀마에서는 수시로 풀을 태우면서 그 연기가 기류를 따라 태국으로 넘어와서 태국 북부 사람들의 코감기와 그로 말미암는 두통 그리고 그것이 오래 되면서 알레르기로 바뀌는 것이다.
벌서 오래 전부터 쑥까셈 기숙사의 학생들은 새벽기도 때에 코 막힌 소리로 찬송을 하고 있다. 특히 ‘팻’은 추위가 시작되는 11월말부터 아침에 코맹맹이 소리를 하기 시작해서 매일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래도 아침에만 그런 현상이 있다가 날씨가 풀리면 괜찮아 진다고 그렇게 약을 먹으라고 해도 잘 먹질 않는다. 필자가 하도 답답해서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 코감기 오래 되면 알레르기로 변한 것이라고 알레르기지 약을 소개한다. 어쩌다가 약을 사다주어도 며칠 먹고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잘 먹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훌쩍이는 콧소리를 들으니 걱정이 되고 안타깝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 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위한 특별 수련회가 있었다. 장소는 멋진 폭포가 있는 산속 마을의 교회로 정해졌다. 필자도 밤의 추위에 대비해 이불도 가져가고 두꺼운 겨울 파커도 준비해 가지고 갔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 못한 것이 있었다. 산 속이면 공기가 깨끗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거기서도 산에 불을 내어 낙엽과 마른 풀들을 태우고 있었는데 그것을 가볍게 여긴 것이다. 불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련회장을 가는 동안에도 산 중간 중간에 불을 놓은 모습을 보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첫 날 잠을 잘 때도 그리 춥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콧속이 막 아프고 콧물이 물 흐르듯 주룩주룩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그 전주에 코감기가 있어 약을 먹고 거의 다 나았는데, 이번엔 더 심하게 걸려버렸다.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여 앉아 있자니 괴롭기가 그지없다. 콧물이 계속 흘러내리기 때문이었다. 가져간 휴지가 동이 나 버렸다. 이삼일 알레르기 약을 먹었는데도 별 차도가 없다. 그래서 좀 더 강력한 약을 사서 먹었다. 이틀이 지나 겨우 콧물이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 오늘은 연기가 많이 줄었다. 나도 괴로웠지만 매일 아침 콧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아이들에게 미리 더 많은 관심을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내 고통을 통해서야 아이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내가 얼마나 무관심했는가 알게 되었다. 어서 공기와 추위가 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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