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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는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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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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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수련회를 가는 길에 차에 연료를 보충하기 주유소를 들렀다. 시내를 좀 지난 곳에 한 주유소에 들어갔다. 내 차에는 수련회에 참석하는 대학생 아이들이 세 명이 같이 타고 있었고, 주유구는 운전석 반대편에 있어서 나는 옆의 ‘팻’에게 1,500바트를 넣으라고 주문하게 하였다. 주유하는 직원은 나이가 스물이 갓 넘은 젊은 청년이었다.
‘팻’이 “무연 1,500바트요”라고 주문했고, 그 청년도 “무연 1,500바트요!”라고 응답하고 주유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차 안의 학생들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미터기가 1,500바트를 넘어 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팻’이 “어, 1,500이 넘어가네.” 라고 그리 크지 않은 소리로 말했다. 나는 넘어간단 말만하고 그냥 보고 있는 ‘팻’에게 “그럼, 그만 넣으라고 해야지!” 하고 꾸중하는 목소리로 말했고, ‘팻’은 그제서야 주유소 직원에게 “1,500이 넘었어요.” 라고 하였다. 그 청년은 서둘러 주유를 멈췄지만 금액은 이미 1,680바트나 찍혀 있었다. 그리고 ‘팻’이 내가 맡겨둔 2,000바트를 주려고 하기에 “1,500만 받으라고 해”라고 했지만 ‘팻’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국 사람에게는 한국말에 없는 “끄랭짜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 그대로는 ‘끄랭’=두려움, ‘짜이’=마음이 합쳐진 말이어서, ‘두려워하는 마음’이란 뜻이지만 무서워 한다는 의미보다는 ‘어려워 하는 마음’이 더 적합한 말 같다. ‘팻’은 끄랭짜이 해서 그 말을 못했다. 직원이 잠깐 실수해서 금액을 넘겼다고 정말 1,500바트만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동양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아마도 서양 사람들 같았으면 직원의 실수에 대해 직원이 책임을 지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양의 문화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직원에게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려는 의도였고, 그런 문화 속에 사는 차 안의 제자들에게도 알려주려는 의도였다.
주유소 직원은 잔돈을 320바트만 가져와 ‘팻’에게 넘겨주고 뒤로 지나가려 한다. ‘팻’도 잔돈을 그냥 받아 아무소리 없이 나에게 건네려 한다. 나는 속으로 화가 났다. 이런 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아니 적어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 없이 얼굴을 돌리고 멀어져가는 그 청년을 불렀다. 못 들었는지 아니면 일부러 못들은 체 하려고 했는지 대꾸도 안한다. ‘팻’이 내 생각을 눈치채고는 그 ‘끄랭짜이’한 얼굴로 그 청년을 불렀다. 그러나 그 청년이 가까이 다가와 허리를 반 쯤 숙이고 차 안을 들려다 본다. “우리가 1,500바트 넣으라고 했는데, 당신 잘 못으로 너 넣었으면 ‘미안합니다’하고 한 마디 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랬더니 자기는 “땜탕”(통에 가득채우다)하라는 줄 알았다고 변명한다. 차 안에 있는 우리 모두가 혀를 끌끌 차느라 말을 못하고 있고 나는 그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청년은 눈치를 보더니 차 안에서 아무 말이 없자 슬그머니 차 뒤로 가버렸다. 결국 나는 뒤에 기다리는 차를 보고 씁쓸한 기분으로 주유소를 나오고 말았다.
진심으로 미안해 할 줄 모르고 감사할 줄 모르는 태국 사람들의 저런 습성이 태국복음화에 큰 장애 요인이다. 믿음은 진정으로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 없이는 쓸모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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