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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끄란이 낀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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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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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일은 태국의 구정이라 할 수 있는 쏭끄란절기가 끼어있는 주일이었다. 쑹끄란은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간 공식 공휴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각 학교가 방학 중인 때이다. 그래서 이 때가 되면 시내에 내려와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고향에 돌아가는 부모와 함께 지내다가 내려오곤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시내교회로서는 이 때가 제일 교인들이 없는 때이다. 특히 대부분 학생들로 이루어진 쑥까셈교회는 주일예배에 겨우 15명 만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찬양팀 7명을 빼면 예배석에 앉아 있는 교인은 겨우 8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배의 분위기는 전과 크게 다르질 않았다. 본래 소리가 좋은 ‘다’가 찬양인도를 하고, ‘싸이’가 베이스를 치면서 코러스를 돕고, 드럼, 키보드, 베이스, 키타 등 본래 악기들이 다 있으니 소리는 전과 다를 게 없었다. 숫자가 적은 것에 연연하지 않으니 예배 드릴 때 받는 은혜는 동일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교인들과 함께 식사할 때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전 날 필자는 ‘끽’에게 부탁해 반찬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끽’은 자기 아내와 의논하여 음식을 30명 분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음식 솜씨가 좋은 ‘끽’이 두 가지 반찬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 와서 주일 교제의 식탁이 오히려 전보다 더 넘치고 훌륭한 식사를 하면서 편안한 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주일 예배 참석인원이 이렇게 적은 데 필자가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 있었던 것은, 교인들이 오늘 하루 흩어져 있더라도 거기서 예배를 드릴 것으로 믿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한 둘씩 돌아오고 방학이 끝나면 다 내려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예전처럼 교인들이 고향에 갔다가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질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 필자는 ‘끽’에게 오늘 오후에 무슨 계획이 있는가 물었다. ‘끽’은 아무 일도 없다고 하면서 오늘 저녁에 모이는 ‘가정셀 모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도리어 필자에게 물었다. 오늘 예배에 참석한 가정을 가진 교인은 ‘끽’ 가정 하나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오늘 가정부 모임은 안 모이고, 그보다는 오후에 교인들이 함께 물놀이를 나가자고 하였다. 오늘 같이 특별한 날 차라리 교인들과 함께 교제의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식사 후 교인들과 함께 물통과 바가지 등을 준비하여 ‘끽’의 픽업차에 싣고, 수돗물을 가득 채워넣었다. ‘끽’만 차 안 운전석에 앉고 나머지는 모두 픽업차 뒤에 앉았다. 물맞을 때 충격을 줄이고자 다들 썬그래스와 모자를 준비해 쓰고 시내로 출발하였다. 시내로 나가는 도중에 얼음 공장에 들러 얼음을 사서 물통에 넣어 물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차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서 시내에 들어서기도 전에 옷은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물을 뿌리고 맞고, 물통에 물이 다 떨어지면 얼른 내려가 도로가에서 물을 길어 다시 물통에 채우면서 세 시간 내내 교인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을 보냈다. 필자로서는 태국 15년 만에 처음 해본 물놀이였다. 아버지 뻘이나 된 선교사가 다 망가져서 물뿌리고 장난스럽게 웃고 떠드는 모습이 저들도 좋은가 보다. 저들과 한 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좋다. 그리고 가끔씩 이렇게 망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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