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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원로목사의 후회와 한국교회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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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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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담임목사로) 세운 것 일생일대의 잘못”이라는 한 원로목사의 고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말에는 함축된 다양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목회자의 세습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충현교회는 해방 이후 서울에서 가장 유력한 장로교회로 성장하여 한국장로교회를 대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설립자인 김 목사가 은퇴한 이후에 교회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은 뉴스거리가 될 만큼 컸다.
특별히 아들인 현 담임목사가 부임한 이후로 장로교회 안에서의 충현교회의 위치는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었다. 또한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 사건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로 인해서 교회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담임목사가 되기 전에 그의 아들은 목회자로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 목회의 경험이 전무했지만 그럼에도 아들을 담임목사로 세우겠다는 결정을 한 후 그렇게 밀어부처 결국은 뜻을 이루었다.
그리고 다시 세월이 지나 이제는 아들을 담목사로 세운 원로목사이자 아버지인 그가 아들을 향해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해야만 했다. 이름까지 호명하면서 “김성관 목사는 2012년 4월 20일자로 은퇴 연령이 지났으므로, 이제는 2012년 12월 31일 부로 충현교회 당회장, 재단이사장을 비롯한 교회의 모든 직책에서 떠나라. 물러나라. 너는 임기연장을 꿈도 꾸지 마라. 나는 충현교회 설립자요, 원로목사요, 아버지로서 이것을 강력하게 명령하는 바이다.” 아들을 세우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교회 내에서의 강력한 영향력을 다시 보는 듯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번엔 교회 내에서 한 말이 아니고 원로목사들의 모임에서 했다고 한다.
과연 이 말을 하기 까지 얼마나 망설였고, 힘들었고 아팠을까. “설립자요. 원로목사요, 아버지로서 강력하게 명령하는 바이다.” 이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과정이나 사연의 내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기에 단정할 수 없다. 어떻든 사람들이 이 말을 들을 때 어떻게 생각할는지?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할 수 있는 말인지?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더라도 결코 이해될 수 없는 일이건만 그것이 교회에서, 그것도 부자간에 싸움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
원로 목사는 기자회견을 자처하여 발표했다. 전해지는 그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든 교계에서든 과연 원로목사의 말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97세의 원로목사가 아들을 향해서 아버지로서 마지막 교훈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뭔가 부자간의 응어리가 있어서 그것을 언론을 통해서 풀어내고 싶었던 것인지? 그의 말대로 지금이라도 잘 못을 돌이키면서 바른 길로 가는 교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무엇인가? 이해관계 때문에 벌어지는 암투가 남아있는 것인가?
원로목사의 기자회견을 전해들으면서 심히 아픈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것은 대형교회들이 가지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왜 그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담임목사로 청빙하게 만들었던가? 그럼 지금은 왜 이러한 기자회견을 해야 했는가? 그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어느 아버지의 마음이 아들이 고생하는 것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아들을 담임목사로 세운 것은 아들만을 위한 것이었는가. 아들을 세우고 원로목사로서 교회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전제된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한 길을 선택했다는 말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떠나라. 물러나라”는 말은 자신의 영향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리로 들려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목회의 경험이 전혀 없는 아들을 힘으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자리에 앉히기까지 반대하는 소리는 못 들었던 것일까, 안 들었던 것일까. 이제 와서 “일생일대의 잘못”이었다고 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은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히려 원로목사의 기자회견에 연민이 느껴진다. 어떤 결과가 되었든 부자간에 해결해야 했든지, 아니면 끝까지 하나님께 맡겨놓던지 했어야 할 것 아니었을까. 발표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과연 아버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반문을 하게 된다. 대형교회의 목회자로서, 그 관계가 부자라고 하는 점에서 과연 두 사람이 보여주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는지. 최소한의 상식선에 생각할 때 공의나 하나님의 뜻과는 무관한 부자간의 다툼 이상 어떤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부자간의 문제도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가 사람들에 보여지고, 들려질까?
아무리 좋게 해석하더라도 잘 못된 선택에 대해서 결자해지하는 심정으로 아들을 향한 아버지로서 마지막 충언이라고 할 것인데, 과연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진정어린 마지막 애증을 담은 교훈이라고 받아들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것은 단지 세습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교회의 아픈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하나님의 말씀도, 부자간의 천륜도 모두 통제할 수 없는 그러한 한국교회의 자화상인 것 같아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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