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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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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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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전화기를 열었더니 “000님이 보낸 택배를 오늘 배달 예정입니다. 우체국 000”이라는 문자가 와있었다. 특별히 물건을 주문한 일이 없고, 그 사람이 보낼 일도 없는데 무엇일까? 잠시 혼자만의 생각으로 지나쳤다. 그리고 까맣게 잊은 채 하루의 일정을 분주하게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전화가 왔다. “000가 누군지 알아요?”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그런데 왜?” “거기서 밤호박, 오미자 효소, 매실청을 보냈어요.” 그때서야 “아! 아침에 문자가 왔었는데 ···. 그거였구나! 그런데 나는 그런 물건을 주문한 적이 없는데!” 아내는 박스 안에 편지가 들었다고 했다. 그 내용인 즉 “집에서 기르고 담근 것인데 이웃과 나눠먹고 싶어서 보내니 건강한 여름을 나시면 좋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것을 보낸 사람은 딱 한 번 만났던 사람이다. 그것도 지난 해 가을 외국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전주를 찾아가는 길에서 잠시 쉬면서 늦은 점심을 하기 위해서 들렀던 곳의 주인장이다. 평소에 알고 지낸 사람도 아니고 지나는 길에 들러서 쉼을 얻었던 쉼터의 주인장이다. 나는 손님들과 늦은 점심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 그곳을 찾았고 거기서 흑임자죽으로 요기를 했었다. 맛이 특별해서 칭찬을 했고 돌아와서 고마운 마음에 책을 한 권 보낸 것이 전부였다.
한데 그녀가 집에서 가꾸고 담근 것이라면서 이것저것을 챙겨서 보낸 것이다. 나는 전화를 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아니, 이렇게 귀한 보냈습니까? 고맙습니다.” “작은 건데 고맙게 받으셨다니 오히려 감사합니다. 별 것 아닌데 전화까지 주시니 죄송하네요.” “오래된 친구도, 특별한 관계가 있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저에게까지 보냈는지요?” 이러한 질문에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거 목사님께 안 보냈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보내졌을 것이니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드시고 건강한 여름을 나세요.” 나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 “그거 목사님께 안 보냈으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보내졌을 것이다.”는 그의 말은 계속해서 내 귀전을 맴돌았다. 그녀는 모악산 기슭의 어느 저수지 근처에서 작은 쉼터를 운영하면서 고향에서 농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농사도 짓는다고 했다. 생산되는 것을 팔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는 재미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농사가 생업은 아니니 그것에 매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여 바쁘고 힘들지만 짬짬이 농장에서 온갖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단지 다수확을 목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에게 이로운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를 한단다. 쉼터를 운영하면서 농사까지 지으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바쁘고 힘들게 지은 농산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기꺼이 그렇게 하는 모양이다.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한참이나 다시 생각해야 했다.
같은 시간, 같은 인생을 살면서 과연 나는 무엇을 나누면서 살았던가? 나눔을 목적으로 무엇을 생각했던 적이 있는가? 내가 소유한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내 주변에 누구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반복해야 했다. 나눔은 단지 많이 소유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눌 대상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비록 한 번 만나고 지나친 사람이지만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행복을 만드는 일이다. 일생을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더하게 하는 대상이 된다. 때문에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도 해야 할 일 가운데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심코 지나친 사람이고, 잠시 들렀다간 손님이건만 기억하여 나눔의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냥 될 일이 아니고 그 관계를 만들어야만 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람은 관계를 만드는 것을 통해서 행복이 더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소유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비례한다. 나눔의 대상이 없이 소유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족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나눔을 통해서 더해지는 기쁨과 행복은 결코 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에게서 받은 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겨울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주변에서 생산되는 생강편을 한 통보내주어서 겨우내 감기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때는 내가 보내준 책에 대한 답례정도로 생각했을 뿐이다. 한데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다시 이번에는 여름을 나는데 필요한 식품이라고 보내준 것이다. 이렇게 나눔을 통해서 관계가 의미를 더하며 기쁨이 더해지는 것을 경험하면 나눔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눔은 기쁨과 행복을 배가시킨다. 비록 멀리 떨어져있는 사람일지라도 요즘은 택배가 나눔의 끈을 이어주니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나눌 수 있는 마음과 관계를 준비하는 것일 뿐. 꼭 나누겠다는 마음은 어디든 전해질 것이고 그곳에는 감사와 행복이 더하게 될 것이다. 강퍅해지는 현실에서 전해진 몇 가지 농산물로 인해서 행복까지 나눌 수 있음을 깨달으면서 나눔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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