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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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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다. 아침 공기가 알싸하게 느껴지는 것이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산하가 온통 갖가지 색깔로 옷을 갈아입었다. 어느 날 문득 느껴지는 가을은 이미 깊다. 청명한 하늘을 배지삼아 멋진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화려한 색채가 생명의 아름다움을 그려놓았다. 한낮에 내리는 햇살이 먼 들녘에서 머뭇거리고 있음은 깊은 가을이다.
한데, 분주하다는 이유로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고 가을이 그려놓은 그림조차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 지나는 시간을 붙들지도 못한 채 세월만 탓하는 것이 인생이런가. 금년 가을도 깊었으니 머지않아 흰 눈이 산하를 덮을 것이다. 먼 북녘에서 기러기 내려온 날이 여러 날 지났으니 무심코 지나는 세월만 탓하는 것이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음이랴.
파란 하늘을 우러러 가을을 본다. 가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청명함, 온갖 곡식과 과일을 익혀 나누게 하는 햇살까지, 온갖 물감으로 가을을 그린다 해도 그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저 파란 하늘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눈이 시리도록 파랗고 가슴이 벅차리만큼 깨끗하다. 어렸을 땐 매일이 그랬던 기억인데 언제부턴가 도심에서는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다. 아니 눈을 든들 보이는 것은 희붐하고 칙칙한 회색의 벽과 하늘이 있을 뿐이다. 가까이 보이는 건물은 모두 회색이고, 멀리 뵈는 하늘엔 먹구름을 가득담은 채다. 그러니 어디 하늘을 보고 싶겠는가. 어느 가을날 비바람이 선물을 주고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파란 하늘, 그 하늘이 그리운 것은 나만의 것일까.
멀리 산자락은 곱디고운 색동옷을 갈아입었는가. 지나던 가을 나그네의 발목을 잡고야 만다. 하지만 얼굴만 빠끔히 내민 채 벌써 ‘가을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한마디 남긴 채 휙 ~ 고개를 돌린다. 인간은 먼 산조차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게다. 무엇에 바쁜 것인지? 지나는 길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열심히 달리기만 해야 하는 모습이 우리네 자화상인 것을 어찌하랴. 가을이 왔는지, 가을이 지나는지, 그저 세월만 탓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을은 여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무덥던 여름을 생각하며 어서 가을이 왔으면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정작 그날이 왔건만 아무도 그 날을 기다리지 않았다는 듯 무심하다. 아니 삶의 현실에서 당장 눈앞에 있는 필요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날이건만 정작 그날이 오니 아무런 관심이 없다. 지난 날 어찌 보냈는지 안부라도 물어야 할 것인데, 송아지 닭 보듯 할 뿐이다. 사람들은 감정도 표정도 없다.
막상 가을이 오니 가을을 기뻐하기 보다는 겨울을 걱정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당장 해야 할 일 때문에 걱정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뜨기만 하면 걱정을 일로 삼아야 하는 인생이기 때문일까. 꿈속에서 조차 자유하지 못한 채 방황하기만 한다. 그러니 탓하는 것쯤이야 자연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일은 즐거움이어야 할 것이나 꿈에서조차 버겁기만 하다. 하니,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걱정뿐인 것을 어찌 하겠는가.
머지않아 잎을 모두 떨구면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땐 다시 봄을 기다리겠지. 언제까지 다음을 기다리며 사는 것이 인생이런가. 정작 주어진 현재는 버겁게만 느끼니 말이다. 그렇게 기다렸으니 기다린 보람은 느껴야 할 것인데 어쩌자고 다음만 기다리는 것인지. 그나마 기다릴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면 할 말은 없으나 지나는 세월을 다 놓치고 다음만 기다리는 것은 진정 어리석음이랴.
가을이 깊다. 창조의 약속과 섭리의 질서 속에서 허락하신 날들이 지나고 있다. 이 가을이 다 지나기 전에 허락하신 아름다움 가득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순간만이라도 창조주의 은혜에 젖어보면 좋겠다. 지나는 길에 잠시라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면 좋겠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그 파란 하늘을 보노라면 눈물이 절로 난다. 무심코 바라보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의 감격과 함께 주시는 하나님 선물이기에···.
2014년의 가을도 이렇게 지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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