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사역의 본질(9)

배 본 철(성결대학교 교수, 성령운동연구가)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고, 그리고 한국적 상황 속에서 ‘귀신’이라는 성경의 용어가 처음 소개될 때, 그것은 한국인의 심성 속에 젖어 있던 전통적이고 무속적인 귀신 관념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마침내 한국교회 내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 귀신에 대한 오해는 이러한 비성경적인 귀신 관념을 교회 내에 그대로 도입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신학자들은 성경의 귀신에 대한 기록들은 비신화화(demythologization)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을 말씀드린다면 성경 기록 당시의 성경 기자들이나 크리스천들은 귀신들의 실존과 활동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었습니다. 그 때문에 구태여 귀신의 실재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구태여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존재를 입증할 필요가 없듯이 말입니다.

그 대신 성경은 귀신의 존재와 그 활동에 대해서 분명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귀신들에 대한 많은 언급이 있기 때문에, 귀신론에 대한 신학적 설정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성경적 귀신론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은 우리로 하여금 성경과 영적 세계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안목을 가져다줍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귀신들은 사탄(Satan) 즉 마귀(Devil)의 권위에 복종하여 사탄의 목적을 위해 조직되어진 악한 영들을 말합니다. 사탄과 마귀는 동일 존재의 서로 다른 호칭입니다. 일반적인 성경의 범례를 볼 때 사탄이라는 호칭이 하나님과의 대립적 관계성을 표현할 때 사용되었다면, 마귀는 인간을 대적하고 공격하는 성격의 범주에서 사용될 때가 많습니다만, 반드시 그렇게 두 호칭을 구분해서 규정지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성경에서 마귀는 ‘디아보로스’(διαβολος)라는 단수 표현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신구약성경 어디를 살펴보아도 마귀에 대해서 복수로 표현된 곳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귀들’이라는 표현은 사실 잘못된 것입니다.

반대로 귀신들(demons)은 대부분 ‘다이모니아’(δαιμονια)라는 복수 표현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용어는 신약성경에 약 60여 회 나옵니다. 이 말은 원래 그 의미가 ‘더러운 영’ 또는 ‘악한 영’이라는 뜻입니다. 마귀와 귀신들은 동일한 존재를 일컫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마귀의 활동이 매우 포괄적이고 전체적이라고 할 것 같으면, 귀신들의 활동은 보다 더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일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원래 천사는 선한 천사와 악한 천사로 나눌 수 있는데, 귀신들은 악한 천사들과 동일시되는 거지요. 기독교 이전의 이교도들의 신앙 속에서도 일반적으로 천사에 대한 두 가지의 분류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선한 천사는 평화와 즐거움을 주고 귀신들은 잔인하고 죄악과 혼돈을 주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요. 그러나 이교도들이 말하는 선한 천사들도 역시 귀신들과 마찬가지로 마귀에게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 역시 귀신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이 귀신들은 하나님을 대적함에 있어서 사탄과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활동합니다. 그러니까 사탄의 활동이 매우 포괄적이고 전체적이라고 할 것 같으면, 그의 부하 조직인 귀신들의 활동은 매우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역사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말은 사탄의 활동과 귀신들의 활동이 서로 별개의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단지 사탄의 전체적인 지령을 귀신들이 구체적으로 수행한다는 말입니다.

악한 영들의 활동은 과거나 현재나 할 것 없이 우리의 삶에 근접해 있으며, 이 영들이 활동하는 영역은 심리적, 신체적 그리고 환경적으로 매우 광범위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엡 6:12)고 함으로써, 크리스천은 이러한 귀신들의 활동에 맞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성경은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