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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타버린 여중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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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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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타버린 여중생의 꿈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긴 슬레이트 주택에서 촛불을 켜고 공부하다 잠이 든 여중생이 불에 타 숨졌다. 미군 트럭에 치여 여중생이 죽었을 때는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며 그렇게도 야단이었지만 이 3학년 여중생의 죽음은 아예 외면당해 서글픈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지난 10일 새벽, 경기도 광주시 목동 건설 일용직 남 모 씨의 슬레이트 주택을 모두 태운 화재로 깊은 잠이 들었던 남 씨의 둘째 딸이 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집안에는 남 씨와 딸이 자고 있었으나 남 씨는 딸이 외출한 줄 알고 혼자 빠져나와 딸만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건설 현장의 인부로 일하는 남 씨는 올 들어 일거리가 줄어 수입이 없어지면서 지난 2월부터 전기료를 내지 못했다. 5월 24일부터는 전기가 끊어졌고, 40일이 넘도록 촛불을 켜놓고 살았다. 지난 겨울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면서 전기료가 많이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기료는 물론 수도료, 가스료를 내지 못해 고통 받는 가정이 늘고 있다. 10일 한전에 따르면 작년 9월만 해도 89만 3,272가구로, 2003년 말 79만 199가구보다 10여만 가구나 늘어났었다. 특히 연체자 가운데 기초생활보호대상자만 36만 가구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전의 경우 2004년 1,091가구에서 금년 3월 1,214가구로, 단수도 2002년 1,441가구에서 2004년 2,195가구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도시가스 요금 체납에도 2003년 77억 원에서 2004년 1,520억 원으로 놀랍게 증가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핵위기 해소를 위해 식량 52만 톤을 지원하고, 전기시설과 철도시설 설치 등, 북한 당국자가 사람 같으면 감격하여 나자빠질 정도로 선심을 쓰고 있다. 바깥으로만 선심을 쓰면 무엇하는가. 우리 주변의 저소득층, 빈곤층 등이 전기, 수도, 가스가 끊겨 최소한의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데 계속 외면한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필자는 십수년 전부터 월드비전 인천남부지회를 조직해 북한 및 저개발 국가 지원에 봉사하고 있고, IMF 때부터 남동구 사랑나누기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관민이 협력하면서 점심을 굶는 중‧고생들을 돕고 방학 중에도 그 일을 계속하도록 했는데, 최근에는 아동급식위원으로 위촉 받아 가난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 옛말에 가난은 임금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정부 당국에서 지나친 이상주의와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낭만의 촛불이 아닌 가난이 강요하여 켜놓았던 촛불에 타 죽는 어린 희생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의 전기료 돕기 프로그램 임오윤 간사는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에너지 기본법’에 ‘에너지 기본권’을 넣어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있다”며, “에너지 관련 단체들이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에게 전기‧가스 공급을 보장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전기료를 못 내는 가정은 공공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어 밀린 전기료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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