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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남의 손 빌려 살 때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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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강단여백/ 정찬성 목사의 토요일에 쓰는 편지

누구나 남의 손 빌려 살 때가옵니다

유권사님,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권사님이 칠십대 중반일 때입니다.

지금도 다른 분들에 비해서 단단하지만 그때는 당신 집과 논밭전지를 훅훅 날아다니셨습니다. 주문식당과 면사무소 사잇길로 해서 동산 길을 따라 오르내리시면서 유유자적해서 누구도 80노인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십년을 하루같이 한 결 같이 지냈습니다. 그리고 맘 정은 더 깊어졌습니다.

다른 어른 권사님들도 마찬가집니다.

요즘도 이순길 권사님이 늘 안부를 물으시는 정순현 권사님, 위복순 권사님, 허옥희 권사님 등등도 마찬가집니다.

치매오면 감추고 싶은 것이 가족들 마음

정순현 권사님이 수술을 하셨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위복순, 허옥희 권사님이 벌써 노양원에 들어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찾아가 뵙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가족들 중에 누구도 입원과 지금의 경과를 말씀해주시는 분이 안계십니다. 그리고 상황을 알아보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서 자리에 누우시고 요양원에 들어가시는 일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면 그들은 목회영역에서 제외되고 가족들만 만나는 것을 당연시해서 목사로서 억울한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정신이 맑지 못하고 더 나가서 치매가 오고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대소변을 못 가리고 하는 것은 세월이 지날수록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더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들도 요양원에서 마지막 생을 살아야 하는 경우가 지금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손들이 살아있다고 해도 자손들은 자손들의 일이 있기 때문에 전문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요양원에서도 신앙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 기관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식들의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교회 부근의 백산요양원에서 최후를 보내셨던 어른들의 모습이 앞으로 우리들의 모습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문적인 사람들의 손을 빌어서 돌봄을 받는 것으로 여러 사람이 같이 사는 생산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돌보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어떤 교육을 받은 사람인가, 어떤 자세로 돌보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 끝까지 지켜지는 사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그 피조물이 끝까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 가운데 영화롭게 되는 일이 우리의 관심사입니다.

우리 모두가 죽음에서 예외가 없는 것처럼 나이 먹고 병들고 기력이 쇠할 때 우리를 마지막까지 돌봐줄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를 한번 생각해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준비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준비여하에 따라서 그 마지막 길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돌봐줄 사람은 누구인가

유권사님, 이왕 말하기 힘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요, 맞벌이 부부 집에 치매가 있는 노인이 계신다면 어떻게 모셔야 잘 돌봐드리는 것일까요?

유권사님, 먼저 세상 떠난 김권사님 마지막을 보내시던 딸네 우리가 심방 가서 자손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바로 그런 모습이 일반적인 모습인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혼자사시며 치매를 앓고 있던 엄마와 함께 지내던 믿음 친구들을 초대해놓고 집안도 정리하고 청소도 목욕도 식사준비도 해 놓고 우릴 맞았는데 방에 밴 냄새는 제거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맞벌이 하러 나가면서 밥상도 차려놓고 나름대로 뒷단돌이를 하고 나갔는데 바지에 소대변을 한 자루 담으시고, 그 뭉갠 바지로 온 집안을 걸레질하고는 피곤해서 누워 주무시더란 말을 눈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제 정신으로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잖습니까?

‘뭉갠걸레’로 온 집안을 쓸고 다니지 말란 법이 없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지금 우리가 온전할 때 하나님과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살아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생각할 수 있을 때 좋은 생각을 하고, 수족이 움직일 때 사랑하고 헌신하고 충성해서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후회하는 인생을 살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무 의미 없이 남의 손 빌어서 먹고 자고 뒤를 보는 때가 화살 같이 닥쳐 올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그들의 일, 남의 일로 치부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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