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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침묵기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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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침묵기도의 역사 김수천 교수(협성대학교)

3세기 이집트 사막의 수도자 안토니(Antony)는 수도 전통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그는 기도생활을 통해 마음의 청결의 가치(마 5:8)을 인식하였다. 그는 잡념이 진정된 순수한 사고의 활동을 추구한 결과 사랑과 지혜로 충만하게 되었다. 그를 이어 4세기 이집트 사막의 수도자였던 에바그리오스(Evagrius Ponticus, 344 또는 345~399)도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을 통해 “기도란 순수한 사고의 활동이다”라는 명제를 낳게 되었다. 심리적 통찰에 탁월했던 그는 헬라 철학에서 이미 발견한 아홉가지의 부정적인 개념들을 수용하였다. 그는 아홉가지를 다시 욕구, 정감, 정신의 세 영역으로 세분화했는데 욕구에는 식욕, 성욕, 물욕, 정감에는 슬픔, 분노, 의욕상실, 그리고 정신에는 명예욕, 시기심, 교만이 해당한다. 에바그리오스는 이러한 부정적인 사고들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무정념(apatheia-dispassion)이라고 불렀다. 이 상태에서 기도자는 “사파이어 보석처럼 맑고 투명한 사색의 우주”를 경험한다. 관상이라고도 알려진 이 상태는 성령의 임재 가운데 인간과 우주와 삼위일체에 대한 깊은 묵상을 하는 것이다.

에바그리오스의 가르침은 그의 제자였고 5세기에 파리 근교에 성 빅톨 수도원을 창시하였던 존 카씨안에 의해 서방 가톨릭교회에 전수되었다. 주지하듯이 가톨릭교회에서 강조하는 일곱가지의 심각한 죄악의 목록은 에바그리오스가 강조한 아홉가지 부정적인 사고의 목록이 정착된 것이다. 한편 가톨릭교회에서 수도 규율집으로 유명한 성 베네딕트 수도원에서는 6세기에 카시안의 가르침을 따라 하나님의 임재 경험을 위해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를 실천하였다.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렉시오 디비나는 4단계로 이루어진다. 읽기(lectio), 묵상(meditatio), 통성기도(oratio), 관상(contemplatio)인데, 읽은 성서 본문을 묵상한 후에는 소리를 내어 기도하고 이어서 성령의 임재 가운데 깊은 관상기도를 하였다. 이 명칭을 따라 이 기도를 영어로 Contemplative Prayer라고 하며 관상(觀想)기도라고 번역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이미 필자의 저서 『침묵기도의 삶』에서 제안한 것처럼 우리 개신교에서는 침묵기도라고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20세기의 후반에 이르러 가톨릭 교회에서는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도사였던 토마스 키팅(Thomas Keating)을 비롯한 수도사들에게 렉시오 디비나의 전통을 응용하여 현대인을 위한 기도법을 연구하게 하였다. 그 결과 향심기도가 창안되었는데 향심(向心)이란 존재의 중심인 마음으로 향한다는 의미로 영어로는 Centering Prayer라고 부른다. 이 기도의 기본 형식을 만들고 보급한 토마스 키팅은 향심기도를 위해 네 가지의 단순한 원리를 제안한다. 첫째, 하나님의 임재와 활동을 갈망하는 마음으로 묵상할 말씀을 선정한다. 둘째, 눈을 감고 편안히 앉아 침묵 가운데 말씀에 마음을 집중한다. 셋째, 마음속에 잡념(thoughts)이 떠오르면 다시 본문으로 돌아간다. 넷째, 기도의 마지막에 몇 분간 눈을 감고 침묵 가운데 머무른다.

렉시오 디비나나 향심기도를 통하여 가톨릭교회의 영성가들이 추구한 것은 성령의 임재를 통한 하나님과의 연합이었다. 이러한 하나님과의 연합의 상태에 대하여 20세기의 탁월한 영성신학자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수동적 또는 주부적 관상(infused contemplation)이라는 표현을 하였다. 쉬운 표현으로 그것은 “영혼의 꼭대기에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져 내리는 것” 또는 “영혼이 하나님의 사랑에 의해 둘러싸여져 있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기에 머튼의 말처럼 이러한 상태는 성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성화의 열매가 다소 부족한 우리 개신교에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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