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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예식장 빈소에 놓인 정치인들의 조기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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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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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예식장 빈소에 놓인 정치인들의 조기를 보면서

 

유 권사님, 백세인 이순길 권사님이 앉으셨던 빈자리가 크게 보이는 요즘입니다. 금년 여름에 주변에서 생긴 일 가운데 가장 큰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가면 거의 대부분 군수와 국회의원의 조기가 걸려있습니다. “다녀가셨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질문하는 저를 보고 웃습니다. 그 웃음 속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수룩한 목사님”이라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곳 종업원의 허가권자에 대한 또 다른 일거리라는 겁니다.

백세인 이순길 권사님 빈소에도 물론 조기가 걸려있었지만 다녀가시지는 않으셨다고 해서 제가 직접 비서실에 전화를 해서 임종사실을 알렸습니다. 하늘이 내셔야 할 수 있는 백세인의 빈소에 오셔서 유족들을 위로해 주십사 하는 제삼자의 부탁에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다른 자리에서 군수님께 그런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보고받은 바 없는 모르는 사실입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사는 지방자치기관은 사람귀한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공무를 집행하는 기관이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그러니까 관피아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구나.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자긍심이 사라졌습니다.

 

군수님 다녀가셨나요?

 

유 권사님, 참람하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참 난 세상사를 모르고 살았다는 자책감으로 절망하고 있습니다. 진실과 진리는 따로 놀고 있습니다.

우리가 남이냐는 텃세 관료주의와 지역주의 혈연동맹이 모든 것 위에 우선합니다. 거긴 밥그릇 챙기기에 목숨을 걸고 서로 불법을 자행하면서까지 지키는 관료들의 철밥통 의식과 퇴직 이후에는 전직들의 모임, 무덤공동체까지 이어지는 관료대표의 상가에 상주하는 조기에서도 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상가에 국회의원과 군수의 조기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장례예식장마다 보관해두고 있다가 시신이 달려오면 빈소를 차릴 때 제일먼저 소위 말하는 기관장 조기가 양쪽에 세워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교회조기, 향우회, 동창회, 친목회, 전우회 등 평소 친밀하게 관계했던 조기들은 상주해있는 국회의원과 군수의 권위에 밀려 한쪽 구석입니다.

“손안대고 코푼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관리하는 사람에게만 관치로 당부하면 그만입니다. 인생의 한번뿐인 죽음이 정치놀음에 이용된다고 봐야합니다.

군수님과 국회의원님이 조기를 보내셨다고 대부분 서민들은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런 지극한 관심은 선거 때가 되면 표로 연결될 것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조의금 내는 것도 불법이라는 법을 만들어 빈손으로 입만 가지고 와서 슬픔 극치인 상갓집 분위기에 표밭 갈고 대접받고 갈 때마다 진정성에 회의를 느끼며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민초들의 소리 없는 분노에 뒤통수가 따갑지는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공무원이 또 내려갔답니다

 

그들이 중심이 되어 관피아라는 신조어의 주인공들이 되었습니다.

일반서민들은 설 곳이 없습니다. 지역의 복지시설의 장은 대부분 군청 퇴직공무원들 자리입니다.

“또 공무원이 내려갔데”라는 말은 낙하산 인사와 관피아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바른 말 할 수 있는 민도 높은 도시에는 민간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일이 시골로 갈수록 퇴직관료들 몫챙기에 노골적인 것을 보면 아무래도 국민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관피아 전문 군수나 선거법을 위반으로 대법원까지 가는 국회의원의 조기는 군민들이 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공공장소에 그런 군수나 국회의원의 조기는 치워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이 안 나서면 힘없는 저라도 군수나 국회의원들의 조기치우기 서명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장례를 엄수했습니다.

수나 국회의원들의 진정한 지역구 군민사랑이 뭔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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