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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은은한 문화축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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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은은한 문화축제를..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가을이 오면 자주 인용되는 싯구가 있다. 김현승 선생의 <가을의 기도>가 귓가를 울린다. “가을에는 /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이란 주제어는 또한 릴케를 생각나게 한다. 실존의 시인은 어두운 구름에 가려진 대지에서 절망하지 않으려 외쳤다. 그래서 그에게 가을은 의미깊은 계절이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가을이 깊어지면 만산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가을은 성숙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다. 이 계절에 창조주 하나님의 색다른 치유가 펼쳐진다. 세상사에 지친 사람들은 단풍을 찾아 산으로 들로 떠난다. 오색 단풍으로 물든 숲에서 색깔로 말씀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맛보게 된다. 바로 하나님의 미술치유이다. 산 정상에서부터 물들어 내려오는 단풍 풍경을 마주하면 그야말로 경이롭다. 그토록 푸르렀던 숲이 어떻게 저리도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까. 눈이 있는 자는 볼지어다. 색으로 말씀하시는 주님의 섭리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의미를 전하시려는 것일까.

교회도 가을을 맞이한다. 신앙공동체로서 교회는 어떻게 가을을 맞이하는가. 심령대부흥회, 말씀사경회, 혹 가을축복성회 등 집회 슬로건이 보인다. 어느 교회는 수능기도회를 써붙였다. 가을의 서정(抒情)이 우리에게 말을 건다. 멋진 시를 가을바람 결에 한번 읊어보아요. 아름다운 찬양을 가을 노을에 한번 불러보아요. 형제와 자매가 가을 저녁에 촛불을 한번 같이 켜보아요. 그렇다. 자연을 통해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면, 또한 문화를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의 속마음을 나누어봄직도 의미있어 보인다.

한 해를 숨가쁘게 달려온 이 가을은 이제 천천히 속도를 늦추고 지난 시간 베풀어주신 주님 은혜를 돌아보고, 감사하는 잔치자리를 열어봄이 어떨까. 일손을 잠시 내려놓고 풀벌레 소리에 귀기울이며 마른 갈대숲 단풍사잇길로 들려오는 사랑의 음성을 들어보면 어떨까. 주님이 제자들과 함께 들판에서 맞이하셨던 그 가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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