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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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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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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

고마운 마음

 

사람은 더불어 사는 존재다. 즉 혼자서 살 수 없고 관계를 통해서 산다. 또한 살아감에 있어서 필요한 것들의 도움이나 공급이 필요하다. 만일 그러한 것들이 공급되지 않거나 제한을 당한다면 생존의 어려움까지 경험하게 된다. 비록 죽음에 이르는 것은 아닐지라도 삶의 의미나 질에 있어서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은 단지 생명을 부지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의미가 충족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는 이유로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거나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자신은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 모든 것을 충족시켜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혹은 관계를 부정한 삶을 산다는 것은 단지 생존의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의미를 충족시킬 수 없다. 때문에 인간은 철저하게 ‘너’라고 하는 이웃, 내지는 사회적 존재로서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아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살아간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삶을 위한 환경적 요소들도 필연적이다. 예를 들어 숨을 쉬는 것조차도 산소공급이 전제될 때 가능한 것처럼 물리적으로 숨을 쉴 수 없는 환경이나 산소공급이 제한 될 때는 단 3~5분 이상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한 한계를 철저하게 경험하는 사람들이 해녀라는 직업군의 사람들일 것이다. 숨을 참고 자맥질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누구도 예외가 없다. 아무리 수십 년 물에서 단련을 받은 해녀라고 할지라도 그 한계를 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행여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자랑하는 것 역시 어리석은 일이다. 그만큼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재작년부터 금년에 이르러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는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 댐이나 저수지의 저수율이 사상 최저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대안은 없다. 그저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많은 물을 인위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가 있다. ‘비가 와야 하는데···.’ 비가 조금 오는 날이면 ‘비가 더 와야 하는데 ···.’ 누가 들으면 농사짓는 사람인가 할 만큼 물걱정을 하고 있다. 걱정할 것이 없어서 별걱정을 다한다고 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머지않아 물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내다볼 때 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걱정을 사서 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인간이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스스로 살 수 없는 존재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며 동시에 은혜로 사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물 한 방울에 담긴 은혜를 깨닫지 못한다면 인간은 불행한 존재이기를 자원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 방울의 비를 바라보면서 감격하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에도 평소에는 스스로 살 수 있다고 착각하거나 무관심하게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그것에 담긴 은혜를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두 해 동안 부족한 비의 양은 전국토를 메마르게 하고 있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물이 충분한 곳이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갈수기(渴水期)를 지나 이 겨울까지 눈이 내리지 않고 있으니 본격적으로 물부족으로 식수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지난 늦은 가을 어느 날 비가 흩뿌리는 정도로 내리고 있었다. 딱히 비구름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낮게 내려않는 하늘에서 낙엽을 적시는 정도로 비가 내렸다. ‘이왕 내릴 것이라면 많이 내리지’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렇게라도 내리니 숨 쉬는 기분이 한결 좋아져 다행이지만 아쉬웠다.

물이 흔하기 때문에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 아닌지? 늘 그렇게, 혹은 거기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무심히 지나치는 일들은 얼마인가? 돌아보면 모든 것이 고마운 일들이고, 고마운 것들이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무심히 지나치면서 그것이 내게 준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데 오히려 불만하거나 마치 홀로 살 수 있는 존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지?

돌아보면 고마운 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아니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고마움의 대상이다. 결코 혼자 살거나 필요를 배제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은혜를 모르는 인간이며, 인간됨조차 방기하는 어리석은 자화상 일 것이다.

 

이종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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