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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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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기독뉴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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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6.>

호떡

 

겨울이면 생각나는 추억의 군것질거리가 있다면 호떡이 아닐까? 그것이 가난하던 시대의 서민들이 즐길 수 있었던 먹을거리인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겨울날이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거리의 먹을거리기도 했다.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나 버스 정류장과 학교 앞에는 어김없이 있었던 호떡집이다. 대부분 손수레에 연탄풍로 하나를 올려놓고 만든 일종의 포장마차에서 굽는 호떡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거리에서 호떡을 만들어 파는 손수레는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오히려 가끔씩 만날 수 있는 것은 번듯한 상가에서 호떡을 굽고 있는 정경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한데 요즘 호떡의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거리에서 호떡을 굽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철이라고 할 수 있는 겨울이지만 어디서도 만나기가 어렵다. 그 대신, 호떡이 기업화되어 근사하게 인테리어가 된 상점에서 만날 수 있다. 호떡이 체인점으로 등극하여 어엿한 사업체가 된 것이다. 아마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일 것이다.

언젠가 군산에 갔다가 호떡 하나로 대박을 낸 사람을 만났다. 군산에서 호떡집을 찾으면 다 아는 00호떡이라는 집이 있다. 1943년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3대의 가업으로 잇고 있는 집이다. 호떡을 굽는 것을 가업이라고 표현하니 좀 어색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이다. 식민지시대 말기에 시작해서 한국전쟁과 가난 때문에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쳐야 했던 시대를 거치면서 이제야 겨우 자리를 잡은 곳은 아직도 개발이 되지 않은 이면도로의 한 모퉁이에 그 호떡집이 있다.

호떡이 주는 이미지처럼 결코 고급스럽지 않지만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라고 할지? 요즘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리창이 있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호떡을 굽는 냄새가 본능적으로 식욕을 통제하기 힘들게 한다. 다른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호떡 한 가지만 굽는 것을 3대째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의연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가난이라는 경제적 어려움이 그로 하여금 가업을 잇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데 최근에 들어서 입소문과 SNS, 사이버 매체에 힘을 입어서 널리 알려진 덕에 군산에 가면 꼭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게 됐다.

특별한 음식도 아니고, 비싼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분위가 특별해서 쉴 만한 곳도 아니다. 게다가 요즘 대세인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그런 곳도 아니다. 그런데 난리가 아니다. 일단 춥더라도 기다려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아무리 추워도 먹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기본이다.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해서 사고 싶은 대로 살 수도 없다. 파는 대로만 살 수 있다. 즉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양이 정해져있다. 1인당 5000원어치만 살 수 있다. 호떡 6개다. 더 이상 사고 싶어도 팔지 않는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파는 양을 제한한 것이다.

요즘 3대째 사장은 돈을 좀 번 모양이다. 길 건너편에 작지만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호떡을 굽는 곳도 옮겼다. 초라했던 옛 건물은 그대로 그 자리에 둔 채 새로 지은 건물에서 간판을 걸고 호떡을 굽고 있다. 결코 고급 먹을거리가 아니건만 호떡을 구워서 팔아 빌딩을 지었다. 게다가 자신이 굽는 호떡에 대한 자긍심은 자만할 만하다. 자신의 호떡을 먹으려면 그곳에 와야 하는 것은 물론 온다고 할지라도 한 사람에게 많은 양을 결코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그리고 그 일마저 주일엔 쉰다.

같은 일을 하면서 자긍심도 느끼고, 일에 대한 성취감도 느끼면서 자신의 호떡을 자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돈도 벌 수 있다면 ···. 어쩌면 모두가 바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근사하게 보이는 것부터 생각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단지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만 생각한다. 쉽게 일하고 돈은 많이 벌려고 한다. 하지만 어디 호떡이라고 만만하겠는가? 그 나름의 인고의 과정을 통해서 찾아낸 맛의 비밀이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변함없이 맞은 그의 우직함이 있었기에 그의 호떡이 빛을 보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호떡의 양을 정해놓았으니 한 사람이 지출할 수 있는 돈이 5,000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작은 돈이 모아져서 그의 오늘이 있게 했다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 일에 충실한 그의 모습이 오늘 군산의 먹을거리를 대표하는 호떡의 위치가 있게 했다.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신실함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지···.

이종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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